정부부채·저성장·정치불안 겹쳐 서방 동시다발 재정 충격

美, ‘복지축소’ 예산안 갈등…30일 처리 불발땐 정부 셧다운

佛, ‘재정중독’에 신용강등…정국혼란·“긴축거부” 민심저항

英, 정부부채 3700조원 돌파…前총리 ‘미니예산’ 후폭풍

獨, 에너지·노동·ICT 부진에 ‘연속 역성장’…제조강국 무색

[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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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서방 주요국이 ‘부채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감세로 인한 세수 공백과 의료·복지 삭감 논란으로 임시예산안이 의회에서 표류하며 ‘셧다운(정부업무 일시 중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재정중독에 빠진 프랑스는 긴축예산을 밀어붙이다 총리 불신임으로 내각이 총사퇴하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도 부채비율이 치솟으며 지난 정부가 3년 전 발표한 감세안 이후 국채시장이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은 잇달아 역성장을 기록하며 ‘제조강국’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부채와 저성장, 정치 불안이 맞물리며 서방의 재정위기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방 주요국 정부부채 비율
서방 주요국 정부부채 비율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별 부채 비율은 미국 122.5%, 프랑스 116.3%, 영국 103.1%, 독일 65.4%이다. 미국·프랑스·영국 모두 GDP를 초과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주요국 부채비율 상승은 전 세계 공공부채를 끌어올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6월 ‘부채의 세계 2025’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공부채(일반정부 부채 기준)가 2024년 처음으로 100조달러(약 14경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세계 평균 정부부채 비율은 2005년 76.2%에서 올해 110.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글로벌 공공부채(일반정부 부채기준)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황색 부분이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부채 100% 이상인 국가들이다. [IMF 자료]
글로벌 공공부채(일반정부 부채기준)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황색 부분이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부채 100% 이상인 국가들이다. [IMF 자료]

‘셧다운’ 초읽기 미국: 트럼프, 29일 야당 지도부 회동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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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임시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은 여야가 새해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연방정부 일부 기능이 중단되는 상황을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과 경제에 제한적 영향을 주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워싱턴 정가는 10월 1일로 예정된 셧다운을 앞두고 격렬한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지난 19일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정부 기능이 멈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셧다운 기로에서 평행선을 달리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29일 전격 회동한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도 동석한다. 양측이 양보할 기색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이날 회동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화당은 하원과 상원 양원에서 다수당이지만, 상원의 경우 임시예산안 가결에 단순 과반이 아닌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53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민주당 7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은 일단 정부 기관의 현 지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클린(clean) CR’을 통과시켜 2026회계연도 예산 절차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자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지금과 달라지는 게 없는 만큼 민주당이 CR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올해 공화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통과시킨 예산 법안의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하며 CR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된 보험료 보조금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예산 삭감을 취소하고, 비용을 낮추며, 의료서비스를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민주당은 불법 체류자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1조 달러의 신규 지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근본적으로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자리한다.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한 이 법은 연구비·이자 비용·설비투자 공제를 소급 적용하고 한도를 대폭 확대해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저소득층 의료 지원과 식품 보조 예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혜택은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됐고,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간 정부 의료비 지출이 1조1000억 달러 이상 삭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2034년까지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118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일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소득 하위 20% 계층의 세후 소득은 연평균 560달러(2.3%) 감소하는 반면, 연소득 65만 달러 수준 상위 1%는 3만2265달러(2.1%) 증가한다. 특히 연소득 300만 달러 이상인 상위 0.1%는 무려 11만8000달러를 추가로 챙길 것으로 분석됐다.

IMF와 CBO 등 주요 기관이 이미 경고해온 미국의 장기적 부채 문제는 이번 법안으로 더욱 악화됐다. 세수 감소 폭이 지출 삭감보다 훨씬 커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 시작된다. 이때까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기관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문을 닫게 된다. 군대·국경수비대·항공 교통 통제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서비스는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이는 소비 위축, 정부 계약 중단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국가 신용 등급 하락 등 국제적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셧다운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부처 인력 감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페터먼 상원의원은 이날 유일하게 예산안 찬성표를 던지며 “왜 셧다운된 정부를 트럼프의 목재 분쇄기에 넘겨주려 하나”라고 성명을 냈다. 이는 셧다운 이후 트럼프가 연방 기관과 부처를 입맛대로 재편할 수 있다는 비유다.

‘빚더미’ 프랑스: 매년 이자부담만 110조원, 긴축예산 추진 총리 불신임→신용등급 강등→시위 확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재정위기 국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지출 확대, 고령화로 인한 연금 부담, 사회보장 지출 증가, 에너지 전환 비용,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며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국가채무 비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재정적자 규모는 EU 27개국 중 가장 크다. 매년 이자 상환에만 670억 유로(약 110조 원)가 투입되고 있다.

재정 위기 탈출구는 대규모 복지 개혁과 지출 삭감, 혹은 증세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미 조세 부담률이 높은 국가여서 추가 증세를 추진할 경우 강한 정치적 저항이 불가피하다.

심각한 재정위기 속에서 긴축 시도마저 좌초됐다. 피치는 지난 12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한국, 영국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프랑스 국가부채가 작년 GDP 대비 113.2%에서 2027년 121%로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부채 안정화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등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통과 직후 이뤄졌다. 바이루 전 총리는 연금·보건 지출 삭감과 공휴일 이틀 축소를 담은 440억유로(72조원) 규모의 긴축 예산안을 내놨으나, 의회 신임 투표에서 패배해 물러났다.

이후 프랑스 전국에서는 “모든 것을 막자”는 구호와 함께 복지 축소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시장 불안도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국채 금리는 로레알, 에어버스, 악사 등 10개 프랑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를 웃돌았다.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그리스(152%)나 이탈리아(138%)보다는 낮지만, 국채 금리는 그리스보다 높았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그리스 국채보다 더 위험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프랑스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대규모 지출,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 프랑스는 총 2400억유로(약 393조원)를 지출했으며, 이 중 GDP의 10%에 해당하는 1700억유로(278조원)는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됐다. 에너지 위기 대응 보조금으로도 720억유로(118조원)를 풀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역시 큰 부담이 됐다. 그는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인하하고, 부유세를 폐지했으며, 자본소득세·부동산세를 완화하고 1주택 거주자의 주민세도 없앴다. 그 결과 매년 500억유로(약 82조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고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분석했다.

자비에르 라고 OFCE 소장은 “2017년 이후 부채 증가의 절반은 감세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채 혼란’ 영국: ‘미니 예산’ 사태 3년 지나도 국채 시장 여전히 불안

영국 런던 영란은행 [로이터]
영국 런던 영란은행 [로이터]

영국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미니 예산’ 발표로 촉발된 국채 시장 혼란을 계기로 보수당 정권이 붕괴했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영국 국채 수익률은 199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장기 차입 비용도 상승세다.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오는 11월 발표될 가을 예산은 시장 신뢰 회복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정부의 차입·지출 계획이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2022년의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리브스 장관은 지난 11일 “영국의 재건”을 강조하며 향후 3~4년간 보건과 국방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망명 신청자 지원과 해외 원조는 지출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 전체적으로는 2조파운드(약 3700조원)를 웃도는 지출이 예상돼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4.0%로 낮췄다. 그러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5.70%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5.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니 예산’ 사태 당시 기록했던 5.1%를 웃도는 수치다.

현재 영국 국채 시장 불안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3.8%에서 고착돼 있으며, 국민보험료와 최저임금 인상,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추가 상승 위험이 존재한다. 둘째, 경제 성장 부진 속에 정부가 일상 지출까지 차입에 의존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복지개혁 후퇴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5~26 회계연도 첫 다섯 달(4~8월) 누적 재정적자는 838억파운드(약 158조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 전망치(724억파운드)를 15.7% 웃돌고, 전년 같은 기간(676억 파운드)보다 24% 증가했다.

재정 악화의 핵심 요인은 공공부문 임금 인상이다. 전체 임금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보너스를 제외한 공공부문 임금 상승률은 5.7%로 민간 평균(4.8%)을 상회했다. CS 벤카타크리슈난 바클레이스 CEO는 “정부가 지출을 억제해야 하며, 특히 공공부문 임금 억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실업률↑…제조강국 위상 ‘흔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6년 독일 하원 예산안 토론에서 참석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6년 독일 하원 예산안 토론에서 참석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독일 경제가는 높은 에너지 비용, 경직된 노동시장, 정보통신산업(ICT) 경쟁력 약화,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 등 복합 요인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기업 폐업이 잇따르며 ‘제조업 강국’의 위상마저 흔들리는 실정이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0.3%, 2024년 -0.2%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0.0%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는 “독일 경제가 미국의 관세·재정 정책 등 외부 변수에 한층 취약해졌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0.4%에서 0.0%로 하향 조정했다.

고용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실업률은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 연방노동청에 따르면 4월 실업자 수는 전월보다 4000명 늘었으며, 전체 실업자는 약 30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을 웃돌고 있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6.3%로 올라 2015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GDP대비 제조업 비중
독일 GDP대비 제조업 비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불러올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지난 5월 “미국의 추가 관세가 기업 수익성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고, 폭스바겐은 올해 연간 수익이 기존 전망의 최저치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