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국가의 이동권 제한, 기본권 침해”

법원 “국민의 생명권, 국가에 보호 의무”

지난 6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해초 활동가 여권 무효화 처분 취소소송 첫 변론 기자회견에서 활동가 해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 6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해초 활동가 여권 무효화 처분 취소소송 첫 변론 기자회견에서 활동가 해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여행금지지역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진입을 시도하다가 여권이 무효가 된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 씨가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김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여권반납명령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27일 김씨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김씨의 구호활동이 제한되더라도 국가가 김씨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가까운 미래에 가자지구로 항해를 시도할 것임이 명백히 예견됐다”며 “이스라엘의 공습 및 중동전쟁 등으로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경우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김씨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구호활동이 제한되더라도 생명·신체 보호와 국가의 안전·이익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며 “(여권반납명령은) 이미 출국한 김씨의 가자지구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외교부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가진 인도주의적 신념과 행동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생명권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이므로 국가가 보호 의무를 특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살폈다.

이어 “국가기관을 생명·신체 보호조치의 이행과 개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하도록 허용하는 것 사이의 헌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0월 구호선단을 타고 여행금지 지역인 가자지구로 가다가 이스라엘군에 배가 나포됐다.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뒤 2일 만에 풀려났다. 외교부가 여권 반납을 명령했지만 김씨는 송달받기 전 다시 출국해 여권이 무효가 됐다. 여권법상 반납 명령을 수용하지 않은 절차였다.

김씨는 재차 가자지구행 구호선박에 탑승했다가 다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석방돼 귀국한 이후 김씨는 여권을 다시 신청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외교부가 거부했다. 외교부는 김씨가 가자지구 방문을 재차 시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재발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간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외교부가 긴급한 사유가 없는데도 사전 통지 절차를 생략한 채 처분을 내렸고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이어 “집단학살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활동“이라며 ”외교부의 처분으로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부 측은 “김씨의 목적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가자지구는 보복 공격 등이 이어져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국가는 김씨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해당 여권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냈으나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 사전심사에서 각하됐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