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범’에 가까운 지배구조 개편…김범수의 결단
카카오AI로 핵심 AI 사업 전면 배치…AI 경쟁력 초고속으로 끌어올려
군살 뺀 카카오, 지배구조 단순화, 투명성 높이는 계기
[헤럴드경제=박세정·고재우 기자] 카카오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 배경에는 한발 늦은 인공지능(AI) 무대에서 지각생 꼬리표를 떼고 ‘속도전’으로 돌파하기 위한 구상이 깔려있다.
신설 법인 ‘카카오AI’를 통해 핵심 AI 사업을 전면에 배치하는 ‘선택과 집중’을 극대화 한 조치다. 빠른 의사 결정으로 AI 경쟁력을 ‘초고속’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재출범’에 가까운 인적 분할을 단행한 김범수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이 다시 한번 재발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AI·카카오X ‘이 중 엔진’…‘AI 총력전’= 21일 카카오가 발표한 인적분할의 핵심은 카카오를 ‘카카오X’와 ‘카카오AI’로 인적분할 하는 것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X’는 카카오 본연의 혁신 DNA를 다시 깨워 제2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신규 성장축을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카카오AI’의 신설은 ‘AI 지각생’ 꼬리표를 떼기 위한 카카오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정이다.
카카오 측은 “AI 시대에 맞는 실행 속도와 자본배분 체계를 갖추기 위해, 서로 다른 특성과 성장 단계를 가진 사업을 분리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는 과거 모바일 시대를 가장 먼저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복잡도가 심화되면서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는 각 사업별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법인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AI 출범을 계기로 ‘AI 올인’ 전략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다.
특히 카카오톡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데 방점이 맞춰졌다. 카카오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카나나’를 기반으로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선보인 상태다.
카카오톡을 주축으로 한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쿠팡이츠와 협력하는 등 실사용성을 강화한 서비스도 잇달아 선보인다. 카카오톡에서 음식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한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용자의 일상 전반으로 AI 경험을 넓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쿠팡이츠, 오픈AI를 비롯해 최근 정부 ‘모두의AI’ 사업에선 LG 핵심 계열사들과 힘을 모으는 등 국내외 ‘AI 우군’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전틱 AI 경험의 핵심은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2 1.3B’다. 정 대표는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나나2 1.3B는 대화와 지식 검색, 지시 이행, 툴 호출 등 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핵심 영역에서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며 “해당 모델은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대화 요약과 통화 요약, AI 비서 기능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출범에 가까운 계열사 군살 빼기…지배구조 투명성 높인 김범수 ‘결단’=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도 마련됐다. 김범수 창업자 중심의 경영체계 재정립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카카오는 AI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이미 계열사 군살 빼기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계열사 수를 132개에서 94개로 줄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포털 다음과 카카오게임즈를 잇달아 정리했다.
지난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계열사를 80여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정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AI 시대에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이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카카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존속법인 ‘카카오X’를 통해서는 신사업 동력과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X는 기존 성공 사례를 잇는 성장 사업을 키워낼 계획이다.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등이 주요 검토 영역이다.
더 나아가 기업가치,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각 사업의 성격에 최적화된 이사회를 구성해 전문성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의 30%와 투자차익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다. 최근 두나무 매각 차익을 활용한 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sj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