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달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지 12일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번에 또 기습 도발에 나선 의도와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이 오늘 낮 12시 14분께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로 “오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노동미사일로 추정된다”며 “비행거리는 1000㎞ 내외로서 일본 방공식별구역 내 해상으로 사전 항행경보 발령없이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5일 북한이 쏜 미사일 3발은 모두 동해상으로 약 1000㎞ 날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에 떨어졌다. 일본 JADIZ를 400㎞ 이상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스커드(300~700㎞), 노동(1300㎞), 무수단(3500㎞), KN-08(1만㎞ 이상)로 분류된다.
약 1000㎞를 비행했다면 그 미사일은 곧 노동미사일이라는 얘기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달 24일 북한이 SLBM 비행시험에 성공한 지 12일만에, 가장 최근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3일 이후 한달여 만에 발사됐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전격 감행한 배경에는 북측의 특정한 의도와 목적이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3발을 동시에 이렇게 쐈는데 의도가 없을 수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G20 정상회담 등 다양한 의도가 분석되고 있는데 약간씩 확실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남한의 사드배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시각이 많다.
노동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경북 성주 일원에 배치될 사드의 직접 요격 대상이다. 북한이 사드를 염두에 뒀다면 불필요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북한이 사드 등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에서 이번 발사에 임한 게 아니라, 한중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의 만남 직후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이나 북한 스스로에게 협상의 우위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만 더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또 한 번의 국제사회 결의 위반 사례를 남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중 정상은 회담을 통해 사드에 대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회담 직후 발사된 북한 미사일로 중국은 오히려 사드 반대의 명분을 훼손당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관 문제에 대해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길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군 당국 역시 북한의 의도에 물음표를 표시하며 “북한의 이번 도발이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발사에서 북한의 의도는 국제사회에 대한 화해 제스처, 중국을 통한 한반도 사드 배치 견제 등의 전략적 함의를 염두에 둔 게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북한 자체 군사력 개선에 ’올인‘해 국제사회에서 누구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추구하는 고집이 여실히 드러났다.
북한이 지난달 3일 발사한 노동미사일 2발 중 1발은 점화 직후 폭발했고 나머지 1발만 1000㎞를 정상적으로 날아갔다. 이번에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3발 모두 실패 없이 1000㎞를 비행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다.
북한은 올해 1월 기습 4차 핵실험 실시 후 지금까지 다양한 핵투발수단 시험에 따른 핵투발 능력 강화에 올인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중순 여러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독려한 데 따른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실험(1월)과 장거리로켓 발사(2월) 등으로 유엔 안보리로부터 지난 3월 역대 최강 수준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보받은 이후 현재까지 총 2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스커드, 노동, 무수단, SLBM 등 보유한 모든 종류의 미사일 역량을 총동원해 시험발사를 실시, 20차례 넘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
결국 우리와 국제사회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런 논의를 여전히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행태에 대해 응징할 옵션이 몇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