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과 일본 양국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는데 합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만나 지난해 2월 중단됐던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며 “이제 논의를 시작하게 됐고 실제 통화스와프 재개까지는 몇 달 걸린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의 규모와 계약 기간 등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고, 논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양자 간 통화 스와프를 시작해 2011년 10월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워나갔. 당시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 위기와 같은 상황에 선제적 대비하기 위해, 일본은 엔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에 이득이었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문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다. 다음해인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 달러가 그대로 중단됐다. 이후 한일 간 외교관계가 경색되면서 마지막 남은 100억 달러 규모 스와프마저 지난해 2월 23일 만기를 끝으로 연장되지 않았고, 14년간 이어지던 통화스와프가 종료됐다.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서도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기 전 25일 “회의 전에 서로 의제를 주고받는데 우리 쪽과 일본 모두 의제에 통화스와프를 포함하지 않아 통화스와프가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하는 등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소 일본 부총리도 이보다 앞선 24일 “한국 쪽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날 회의 후 양국이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25일 이전까지 회의 의제에 통화스와프는 없었다”며 “정부 기본 입장은 가능한 한 많이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것이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