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000대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가 4000 고지(30일 연말 종가 4214.17)에 오르며 75.6%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세계 주요 30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일본(27%), 중국(18%), 미국(17%) 등 상위권을 큰 격차로 제쳤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低) 호황’이 정점이던 1987년(93%), 닷컴 버블의 한가운데였던 1999년(83%) 이후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공세 속에 이룬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증권가에서는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을 근거로 코스피가 새해 ‘꿈의 지수’로 불리는 5000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편중, ‘서학개미’ 열풍, 외환위기 때 보다 높은 고환율이 말해주듯 약해진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일거에 무너지는 ‘모래성 증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한 해 코스피의 질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수에 올라탄 반도체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코스피 기여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의존도가 컸다. 반도체 수익에 대한 낙관적인 흐름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새해에는 AI 전력원인 원전,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늘고있는 방위산업 수출, K콘텐츠 확산에 힘입은 화장품 특수 등 새로운 성장산업이 코스피의 우군이 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자율주행, 바이오 등 미래 유망기업이 대기업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정부가 새해 본격 가동하는 3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
전인미답의 코스피에 환호만 할 수 없는 것은 ‘코스피 상승’과 ‘원화 약세’라는 당혹스러운 조합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코스피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25년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422.1원이다. 외환 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환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내려가면 원자재 등 수입품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 상승은 내수 침체를 낳고 결국 기업 실적 악화를 불러 코스피 지수를 끌어 내린다.
코스피 상승과 원화 약세의 엇박자는 유동성 공급과 상법개정과 같은 정부정책, 반도체 독주에 기댄 국내 증시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규제혁파와 구조개혁으로 성장한 혁신기업들이 증시를 견인하는 주역이 돼야 코스피와 원화의 동조화를 다시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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