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척결이 관세협상 후속책, 세법 개정안 후폭풍 등 발등에 떨어진 현안을 제치고 이재명 정부의 초기 역점사업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소년공 출신으로 산재를 경험한 대통령이기에 사회적 약자가 일터에서 억울하게 죽는 일이 선진국 반열의 대한민국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함이다.
국내 1위 제빵업체인 SPC에 이어 대형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에서도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이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뜯어고치도록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재 관련 기업의 입찰 자격 영구 박탈과 과징금 제도 도입, 안전관리 미비 사업장 신고 시 파격적인 보상금 지급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산재를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로 보고 있는 이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정부의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에 눌린 산업계는 ‘산재 포비아(공포증)’에 떨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이날 7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투입해 포스코이앤씨를 압수 수색하자 건설업계 전반에 공포감이 일었다. 사고 현장 관계자는 물론 본사 임직원까지 줄사표를 제출하고 모든 사업장의 작업이 중단되면서 건설 현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공사 중단에 따른 건설업 위축은 그 피해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로 전가되고 종국에는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2차 추경 집행에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협상 타결로 수출과 내수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극심한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산재 발생에 따른 공사 중단이 많다는 점을 콕 찝었다.
‘산재 공화국’ 오명을 벗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근로자 1만명당 0.39명인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도달하려면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적된 구조적 요인의 해법을 찾는 근본 처방이다. 중대재해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제도 이전보다 늘어난 것이 징벌적 처벌의 한계를 말해준다. 특히 업계에 만연한 최저가 입찰 관행과 다단계 하도급, 인력 고령화 및 외국인 의존이라는 3가지 고질이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인공지능(AI)과 IT기술 연계 등 국가 차원의 안전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투자로 산재 예방 효과를 높이는 일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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