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외국인 현물 보유액 270조원 돌파
보유 비중도 역대 최대…10.5% 기록
한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투자 매력도↑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국내 채권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 현물 보유액이 27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관세 전쟁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들도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비중 줄이고 채권 싹쓸이하는 外人
25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외국인 국채 현물 보유잔고는 276조2019억원으로 3월 말(268조6313)보다 2.05% 증가하며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주식현물 잔액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주식은 팔고 국채는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주식현물 보유액은 지난달 말 693조6389억원에서 이달 18일 678조539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10월 말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보유 비중으로 살펴봐도 외국인 채권 현물 보유 규모는 사상 최대다. 이달 외국인 채권 현물 보유 비중은 10.5%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1월 말 10%에서 0.4%p 증가했다.
국채 선물 매수액도 급증세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까지 외국인은 국채 선물 3년과 10년 만기 국채 선물을 각각 1조8137억원, 8조8988억원을 사들였다. 전체 10조7125억원 규모를 사들인 셈이다. 지난달에는 각각 2조5674억원, 4조2851억원 팔아치웠지만 이달 들어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연초만 해도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여파로 인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타격을 입으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4개월 만에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美 국채 지위 약화에 선진국 국채 선호…금리 인하 가능성↑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은 미국채 가격 약화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연방준비제도(Fed) 때리기’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자 미국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는 미국채와 달러의 위상 약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금리는 오르고 달러 가치는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원화와 안정적인 한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 움직임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당초 한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1.9%에서 1.5%로 낮추면서 연내 1~2회의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나 올해 0%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금리 인하가 3차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반등하며 시장에 혼란을 주는 가운데 유럽과 중국의 금리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뚜렷하게 하락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한국 금리”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절대 수준이 2% 중반대로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YTD)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 및 MMF 잔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등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레딧 수요는 위축되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다”라며 “기준금리 인하 단행이 거의 확실시되는 5월에 접어들면 크레딧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점진적으로 강세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