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돈 침대 사태 당시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리돈 침대 사태 당시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6년이 걸렸다.”

작년 말, 한 판결이 나왔다.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결과였다. 고객들은 결국 승소했지만, 이미 시간은 6년이 지난 후였다.

2018년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라돈 침대’ 사태는 이처럼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침대에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다는 건 그 양을 떠나 소비자에는 치명적 결함이다.

라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라돈 안전 국가 공식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업체들은 미온적이다.

특히, 당시 매트리스에서 라돈 검출 이력이 있는 씰리도 최근 전 제품에 안전 인증을 도입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판매 중인 제품 중 일부는 인증 제품 목록에 제외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씰리 라돈 안전 인증 제품 목록 [출처 = 한국표준협회]
씰리 라돈 안전 인증 제품 목록 [출처 = 한국표준협회]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씰리는 작년 12월 27일 기준으로 현재 92종 제품에 라돈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씰리도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전 제품에 라돈 안전 인증을 받았다고 알리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협회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92종 제품 중에는 판매 중인 일부 제품이 제외돼 있다. 헤인즈, 크라운쥬얼, 마에스트로, 보네르 등이다. 현재 씰리 홈페이지엔 판매 제품으로 표시돼 있지만, 표준협회 인증 제품 목록엔 제외돼 있는 제품들이다.

헤인즈는 씰리의 최고급 하이앤드 제품 모델이며. 크라운쥬얼이나 보네르 등은 백화점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들이다. 코스트코 및 아울렛 전용 모델도 라돈 안전 인증 목록에 포함됐지만, 정작 프리미엄 제품군이 라돈 안전 인증에서 제외된 셈이다.

협회 측은 “씰리 측에서 라돈 안전 인증을 신청한 제품은 모두 92종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씰리 관계자는 “헤인즈와 크라운쥬얼은 해외에서 인증을 받아 국내에서 별도로 인증 절차를 받지 않았고, 마에스트로는 작년에 단종했고, 보네르는 올해 2월 단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씰리 보네르 [씰리 홈페이지]
씰리 보네르 [씰리 홈페이지]

씰리 침대는 과거 라돈 검출 이력이 있다. 2018년 라돈 사태 이후 2019년에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돼 리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엔 라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라돈 안전 인증 마크를 무단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사람 감각으론 감지할 수 없다. 공기보다 무거워 공기 순환이 어려운 곳에선 라돈이 축적될 수 있고, 축적된 라돈을 흡입하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겐 치명적이다.

라돈 사태 이후 한국표준협회는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와 함께 공동으로 국가 공인의 라돈 안전 평가모델을 개발, 라돈안전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라돈 사태 당시 라돈이 검출된 침대 매트리스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라돈 사태 당시 라돈이 검출된 침대 매트리스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초기엔 업체들도 앞다퉈 인증을 획득했지만, 이후 주목도가 줄면서 하나둘씩 인증을 중단한 상태다. 템퍼는 2018년을 끝으로 라돈 인증을 중단했고, 에이스침대도 2022년부터 라돈 인증을 중단했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국가 공식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는다는 건 제3의 기관을 통한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객관성을 증명할 수 있다”며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