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알파고와 이세돌 九단(프로기사의 단수는 한자로 표기한다고 합니다)의 대국이 연일 화제입니다. 세기의 대국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바둑 경기가 아닌,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으로까지도 묘사되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에 대한 논쟁이 연일 일어나고 있는데요.
사진=A future lost in time
그것이 첨단과학이라는 한정적 분야가 아닌, 우리 실생활에서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에 대중들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인공지능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입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하고 있는데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보적 단계는 안전에 관한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입니다.
이 기술은 앞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충돌이 예상될 경우 차량 전방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충돌 가능성을 인식하고 차량을 스스로 제동시킵니다.
여기에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기술이 작동하는데요. 일반적인 카메라의 경우 렌즈에 잡힌 사람을 단순한 피사체로 인식하지만, 이 기술이 접목된 카메라는 학습을 통해 해당 모습을 사람이나 차량으로 인식해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위험을 인지한 카메라는 곧바로 중앙 제어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하고, 시스템은 스스로 차량을 제어해 속도를 줄이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죠.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 기술
유럽의 경우 볼보가 세계에서 최초로 ‘시티 세이프티’라는 이름의 AEB를 양산차에 탑재한 데 이어 거의 전 차종에 AEB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역시 오는 2017년까지 전 차종에 AEB를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등 일부 모델에 적용중입니다.
이 외에도 네비게이션에 적용된 음성인식 기능 역시 초보적 단계의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졸음운전 방지의 경우 차량 내부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눈꺼풀이 내려오는 횟수, 속도를 감지하고 졸음 여부를 판단, 경고등을 보내는 형태입니다. 음주운전 방지 기술은 내부에 장착된 센서 등을 통해 음주여부를 자동차가 판단, 아예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화두가 되는 것은 자율주행차량 기술입니다. 자동차와 인공지능이 접목된 최종 단계로 평가받는 이 기술은, 앞서 설명한 기술들이 운전자 안전을 위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비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인공지능이 통제한다는 점에서 최종 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알파고’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실제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벤츠, BMW 그룹 등은 물론 현대차 역시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실도로 임시운행 허가를 받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5년, 늦어도 오는 2025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차(무인차)가 등장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죠.
그렇다면 인간의 손을 타지 않는 무인차가 일반화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운전대에서 해방된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이동하는 차량 내에서 업무를 보는 걸어다니는 사무실, 운전은 차에게 맡기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 등으로 운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죠.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차량을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발전시킨 자율주행 콘셉트 제너레이션 Z를 지난해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제너레이션 Z
하지만 이런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이라는 것이 단순한 탈 것이 아닌,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도구이기에 안전에 관한 윤리적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무인차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가 화두입니다.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해 ‘무인차의 딜레마’라는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이 딜레마는 무인차가 도로를 달리다 보행자를 피하면 탑승차가 가드레일에 충돌해 죽고 그렇지 않으면 탑승자는 살지만, 보행자는 죽게 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바로 여기서 어떤 선택을 인공지능이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제기됐죠.
과연 인공지능은 탑승자를 희생시키며 보행자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선택을 할 것인지. 삶과 죽음에 관한 선택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이 합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됐죠. 여기에 무인차의 과실로 인한 사고의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과연 이 상황에서 무인차의 선택은?
자동차 사고의 책임은 1차적으로 운전자와 차량의 자체 결함이 있을 경우 자동차 제조사가 부담합니다. 보통은 운전자의 과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앞으로 무인자동차가 일반화하면 자동차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제조사의 과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죠.
이처럼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도록 해야 하는지,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지 등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자동차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기술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 다임러 벤츠재단은 인공지능 관련 윤리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2012년부터 150만유로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최근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로봇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책임, 로봇의 자율성 범위를 규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구축, 인공지능 관련 오류와 오작동 발생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이 눈 앞에 다가오고 나서야, 윤리적 문제를 언급하면 늦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인류의 평안을 위해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