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24일 밤 늦게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대를 표명한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가 일본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7일 한미간 사드 배치 협의 공식화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와 함께 꾸준하고 강력하게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 패권을 놓고 맞붙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견해가 많다. 미중간 충돌이 한국의 사드 배치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렇게 강력하고 꾸준하게 사드를 반대하는 이면에는 지금까지 중국이 겉으로 밝히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 다른 이유란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일본 혐오 및 견제의 목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한의 리썰웨펀]중국 사드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 “사드는 일본 방어용”
[사진=중국 대륙간 탄도미사일]

한때 중국 상해 영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출신 중국 전문가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 때문이 아니라 일본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 정부의 특징은 부정부패 척결과 항일정신 고취 등 2가지의 화두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과 일본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 할 정도로 악화돼 있다.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도 미국 견제 차원이라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고 중국도 미국 모델을 닮으려 애쓰고 있다”며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중 관계가 아니라 중일 관계”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유사시 중국에서 일본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한반도 사드로 요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면에서 한반도 사드는 일본 방어를 위한 성격이 크고,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에 전략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군사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할 경우 한미일 공조가 이를 견제하는 강력한 축이라는 관점에서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이 최근 계속되면서 한미일 군사 공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강 교수는 “중국은 서양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침탈을 겪은 가운데 일본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을 침략,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잔인한 생체실험을 하는 등 도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언젠가 보복하겠다는 생각을 장기적으로 갖고 있다”며 “중국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사드 반대 역시 이런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백 교수는 경희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주 타이완 대표부와 주 상하이 총영사관을 거쳐 주 중국대사관 외교관으로 12년간 역임했다.

타이완 국립정치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학과 중국인민대학 등에서 강의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인민일보에 기고하기도 했다.

중국인의 상술, 협객의 나라 중국, 차이니즈 나이트 등 중국 관련 저서 16권을 집필했고, 중국 관련 논문 30여편과 칼럼 150편을 썼다.

중국에 관한 한 폭과 깊이, 양과 질에서 높은 성취를 이뤄 국내 최고의 중국통 중 한 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