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침 그대로였다. ‘꼰대’들은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은 채 지는 태양을 바라봤다. ‘젊은이’ 고현정은 조금 떨어져 그들을 바라본다. 석양은 더 뜨거웠고 아름다웠다. 그들도 그랬다. 인생의 종점을 향해 가는 시니어들의 삶은 누구보다 더 뜨거웠고 아름다웠다.

지난 2일 ‘디어마이프렌즈’가 8주간의 인생 여행을 마쳤다. 한 편의 다큐이자 황혼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꼰대들의 외침에서 진솔한 고백으로 젊은이들을 울렸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막을 내렸다.

짠내 나는 ‘꼰대들과 그들을 빛냈던 고현정-조인성= 고두심, 김혜자, 윤여정, 나문희, 윤여정, 김영옥, 주현, 신구, 이렇게 8명의 ’시니어벤저스‘와 고현정, 조인성이 함께한 16개 이야기로 안방은 울고 웃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성장은 시니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니어들은 저마다 다른 노년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첫 번째는 죽음이었다. 고두심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살아 돌아왔다. 성공적으로 암 수술을 마친 고두심은 딸 고현정과 뜨거운 포옹을 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두 번째는 치매, 김혜자는 더 심해지는 치매에 스스로 요양병원을 택한다. 세 번째는 함께 늙어가는 배우자. 꼰대의 끝판왕, 가부장적이고 짠돌이였던 신구도 아내 나문희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고 다정한 모습으로 변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신구가 아내에게 사랑 표현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네 번째는 사랑이었다. 주현과 김혜자의 로맨스는 그들도 아직 살아있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김혜자는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고 싶다”며 병원을 나와 시니어들과 함께 번개 여행을 떠난다. 황혼들의 청춘 여행,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에서 지는 석양 뒤로 시니어 8명의 뒷 모습과 함께 극은 막을 내렸다.

그들이었기에, 또 노희경이었기에 고현정은 절제를, 조인성은 조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별출연이었던 조인성은 고현정과의 달달한 연인 연기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현정과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연인을 보여주며 또 다른 짠내를 자아냈다.

혼자 빛나는 시간이 많았던 여배우 고현정도 고두심의 딸 박완으로 8주를 살았다. 시니어들의 빛을 죽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사연 많은 부녀 지간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렸을 적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자살을 기도했던 기억을 꺼내 고두심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다. 억척스러운 엄마 고두심에게 서운한 것도 불만도 많지만 결국엔 속 깊은 딸이었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점 엄마와 엄마의 동문들을 하나 하나 이해하고 안으려고 한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하기로 결심하면서 극의 후반부는 화해와 이해로 향해갔다.

마지막회 앞두고 최고 시청률 경신, tvN 드라마 시청률 5위 기록= 꼰대들의 유쾌한 인생찬가에 시청자들도 시청률도 울었다. 지난 2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 가구 평균 7.2%, 최고 9.5%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종화에서도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8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전국 기준/이하 동일)

마지막 회 전회 분인 15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tvN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평균 8.4%, 최고 11.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8주 연속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로써 ‘응답하라1988’, ‘시그널’, ‘응답하라1994’, ‘또 오해영’에 이어 역대 tvN 드라마 중 5위에 올랐다.

이전 드라마들이 젊은 타겟에 맞춘 요소로 흥행에 성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디어마이프렌즈‘의 성적표는 더욱 의미가 있다.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다수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뭉클한 종영소감 전해= “너그러이 괜찮다 받아주신 것,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마지막 회가 끝난 뒤 노희경 작가가 개인 SNS를 통해 뭉클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작가가 돼서 이렇게 잔인해도 되나. 드라마 결말을 쓰며 내 잔인함에 내가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쓰는 내내 끝난 후에도 참 많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를 함께한 친애하는 나의 늙은 동료 배우 선생님들, 완(고현정)이를 내세워 내뱉은 살벌한 작가의 꼰대 뒷담화에 맘도 아리셨을 건데, 너그러이 괜찮다 받아주신 것, 눈물 나게 감사한 마음이다. 더러는 아파서, 불편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시청자도 있는데, 당신들은 당신들의 불편한 얘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서서, 표현하면서,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우셨을까. 가슴이 먹먹하다”며 열연을 펼친 시니어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그리고 배운다. 나도 당신들처럼 어떤 미래가 닥쳐도 내 앞에 주어진 길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고 치열하게 걸어가리라. 도망치지 않으리라. 웃음도 잃지 않으리라. 혼자서도 빛나는 길마다 하고, 기꺼이 이 힘든 드라마의 짐꾼이 되어준 고현정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 당시 “더 늦기 전에 꼭 해야만 했다”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노희경은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