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일곱번째 방중 여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숙박’ 강행군을 펼치면서 투먼(圖們)-무단장(牧丹江)-창춘(長春)을 거쳐 22일 밤 양저우(揚州)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동선을 살며보면 중국과의 경제협력 의지와 3대 권력승계를 공식화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정은 지난 20일 새벽 한반도 최북단 남양에서 투먼을 향하면서 시작됐다. 투먼을 통한 방중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먼은 중국이 추진중인 창지투(長吉圖, 창춘-지린-투먼)의 핵심지역이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지린(吉林)-창춘 루트를 택하지 않고,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무단장-하얼빈-창춘 노선을 선택했다. 일행은 20일 오전 9시께 무단장 역에 도착한 뒤 베이산(北山)공원에 있는 김일성 혁명열사탑 등을 참배했다.
9개월만에 베이산공원을 다시 찾은 까닭은 혁명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함께 세습의 명분을 높이는 상징적 의식이란 해석이다.
다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20일 오후 9시께 무단장을 출발해 하얼빈을 무정차 경유한 후 21일 오전 8시께 동북3성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창춘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업체인 이치(一汽)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는 이번 방중 목적의 상당부분이 경협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21일 오후 2시20분께 창춘역을 출발한 김정일 위원장 일행은 선양(沈陽)과 톈진(天津)을 그냥 지나친 뒤 남하했다. 베이징(北京)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도착한 곳은 장쑤(江蘇)성 양저우였다.
양저우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고향으로 지난 19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방중해 장쩌민과 함께 찾았던 곳이다.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부주석이나 장쩌민 전 주석 등 중국 측 주요 인사와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여전히 ‘현실권력’인 장쩌민에게 권력세습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23일 이후 일정은 두가지로 예상된다. 상하이(上海)를 거쳐 남부의 선전이나 광저우(廣州)를 방문한 후 베이징으로 오는 루트, 아니면 상하이를 거친 후 곧바로 베이징으로 올라가는 방법이다.
상하이는 양저우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상하이는 김 위원장이 2001년 방문해 그 발전상을 보고 ‘천지개벽’이라며 놀라워했던 곳이다.
김 위원장이 10년만에 상하이를 방문한다면 이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개방을 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제무대에 알릴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표적인 개혁개방 지역인 광둥(廣東)성 방문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남행’을 한다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실체를 확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후 김 위원장은 베이징으로 올라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북·중 경협은 물론 6자회담 개최문제, 북한 권력승계 건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아가는 길은 단둥(丹東)-신의주 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8일 신의주 압록강변의 황금평을 중국 주도로 임가공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착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황금평 개발은 라선항 특구 개발과 함께 북·중 경협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일정이 길어진다면 황금평 착공식에 참석한 후 귀국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북·중경협 차원에서 큰 의미를 남길 수 있다.
이같은 동선을 놓고 베이징 외교가는 김 위원장의 북·중 경협 의지가 짙게 배어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중흥을 꾀하고 있는 동북 3성을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서 “이번 방중에서 동북3성의 원활한 물류를 위해 북한이 라선과 청진 등의 항만사용권을 중국에 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