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업무 ‘올스톱’, PE 자금 조달 난제

한국 불확실성 체감하는 해외 LP

기업의 유동성 확보 수요, ‘불황기 거래 호황’ 전망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환호하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비상계엄 물의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본시장도 이제 과거와 다른 형태의 ‘탄핵 정국’을 마주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한국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수록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가치가 절하되고 이는 대체자산 운용 시장에도 전이될 개연성이 크다.

기관 자금 약 140조원이 운용되는 사모펀드(PEF) 시장 역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출자자(LP)가 2025년도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위탁운용사(GP)는 자금 조달 기반이 흔들리면서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이 접수되면 최대 180일 동안 사건을 심리한다.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의 경우 91일 만에 헌재에서 결론이 났다.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자본시장에서도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이겨낼 체력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 경기침체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고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시장 내 부담 요소는 산적해 있다.

한국시장이 탄핵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골드만삭스 진단에 따르면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04년과 2016년에도 탄핵을 겪었으나 이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2004년 한국경제는 중국 시장의 호황, 2016년에는 반도체 업사이클 등 외부적인 순풍이 불었다”며 “반대로 내년에는 중국 경기둔화,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에 국내 수출 중심 경제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2년부터 고금리 환경이 조성된 탓에 사모시장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으나 시장에 활기가 돌기도 전에 PE는 투자 전략 세우기 난관에 봉착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주요 기관장이 내년 사업 계획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고 이로 인해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자산 배분 계획 등 업무도 멈춘 상태”라며 “해외 LP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의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있고 이는 자연스레 PE에도 타격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투자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PE들의 펀드레이징은 한층 더 어려워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부정적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PEF 운용사가 기업구조조정에 특화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어려울수록 투자 기회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다만 운용사 간 양극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소형 운용사나 신생 업체는 자금줄 자체가 막혀 있어 일찌감치 유동성을 확보한 대형 PE 중심의 시장 조성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설립된 PEF에 출자약정된 총액은 약 140조원대다. 2004년 PEF 제도 도입 첫해 4000억원에 불과했던 약정액이 20년 만에 350배나 불어났다. 국내 기관뿐 아니라 일부 해외 LP도 한국 사모시장에 지갑을 열면서 투자자 풀도 일정 부분 다변화됐다.

다른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도 유동성 확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전략적투자자들은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따라서 재무적투자자한테 주요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이 풍부한 PE들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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