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트럼프와 통화
“펜타닐 캠페인 등 훌륭한 대화”
관세 부과, 美일자리 40만개 증발
멕시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엄포를 협상용 카드라고 여기며 ‘관세 전쟁’에서 멕시코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대화를 통한 접점 찾기에 나섰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는 글과 함께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장관과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이주 현상에 대한 멕시코 전략에 대해 논의했고, 멕시코 내부에 캐러밴(대규모 이민자 행렬)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북쪽 국경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와 ‘좀비 마약’ 펜타닐 남용을 막기 위해 멕시코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좀비 마약’ 펜타닐 문제를 거론하면서 취임 첫날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관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주)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적었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곧바로 밝혔던 셰인바움 대통령은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이 멕시코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실행할 경우, 멕시코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제 발에 총 쏘기’처럼 거꾸로 미국에 손해를 보게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장관은 “관세는 멕시코산 물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박의 요인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최소 일자리 40만개를 사라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완성차 업체를 콕 짚으면서, “이들 3대 업체가 (실업률과 매출 등)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에브라르드 경제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 ‘라디오포르물라’ 인터뷰에서는 “양국이 서로 관세를 매겼을 때 멕시코가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면서 “미국은 멕시코와의 교역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부 통계 자료를 보면 교역액 기준으로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됐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관세가 결국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대기업과 관련된 세금이자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당선인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관세 부과 현실화가 아닌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말로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가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싶은 의제로 삼은 게 어떤 것인지 이미 말했기 때문에 저는 곧 대화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현안인 마약 밀반입 차단과 서류 미비(불법) 이주민 흐름 억제에 있어서 멕시코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장전했다는 게 에브라르드의 논리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며 “이런 배경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하에서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헤라르도 에스키벨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교수 역시 영국 BBC스페인어판(BBC문도)에 미국과 멕시코처럼 상호 의존적인 경제 모델에서 “감히 관세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오히려 협상의 여지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멕시코 등에 촉구하는 트럼프 스타일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