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2500억 CB SK스퀘어와 공동 인수
미래에셋벤처PE·SKS PE 투자금 상환
통합 OTT까지 남은 절차 ‘KT 동의’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의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다. 티빙과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으나 투자금 만기 일정이 도래하면서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범 전에 엑시트에 나선다. 아직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도 웨이브의 FI 엑시트를 지원해 눈길을 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는 평가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은 웨이브가 5년 전 발행했던 3회차 전환사채(CB)의 만기일이다. 해당 CB는 2000억원 규모로 발행됐으며 이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본부와 SKS프라이빗에쿼티가 함께 인수했다. 이들 FI는 웨이브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으나 일정이 미뤄지면서 내부수익률(IRR) 9%의 조건을 보장 받은 상태다.
웨이브가 FI에 갚아야 할 자금은 약 2500억원이다. 상환 재원은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으로부터 지원 받는다. SK스퀘어와 CJ ENM은 전일 웨이브가 발행한 CB를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씩 인수했다. 쿠폰금리는 0.5%, IRR 1.5% 조건으로 웨이브에 우호적인 조달 조건을 제공했다.
5년 전 FI 유치 당시 웨이브의 프리 밸류는 1조원 수준이었다. 이번 차환용 CB 발행가를 감안한 웨이브의 포스트 밸류는 5000억원 이하로 조정된 상태다. 지속된 적자와 티빙과 원활한 합병을 위해 몸값을 낮춘 모습이다.
CJ ENM이 웨이브의 채무 상환을 도운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부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고정비를 줄이고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해관계자가 워낙 다양한 탓에 의견을 합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웨이브에는 SK스퀘어 외에도 지상파 방송 3사, 티빙에는 네이버와 KT스튜디오지니, SLL, JTBC 등의 지분이 담겨 있다. 현재 주요 주주 가운데 KT 측이 합병가치와 시너지를 두고 고민하면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티빙 역시 적자가 지속되는 탓에 밸류 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2년 전 KT의 시즌(seezn)과 합병할 때 밸류는 약 1조86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CJ ENM이 웨이브에 투자를 실행한 만큼 최대주주의 합병 의지는 굳건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 전원 동의가 이뤄지면 향후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통합 OTT의 경영 주도권은 CJ ENM이 가질예정이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는 “OTT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한 양사간의 투자 협약을 통해 고객편의성 제고와 콘텐츠 공급 등 다양한 사업적 협력이 가능해졌다”며 “향후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토종 OTT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