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김기현 등 친윤, 포럼서 공개 비판

“임기 2년 반 대통령과 차별화, 무모한 짓”

28일 최고위서도 신경전 계속

당선인 간담회 참석하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내홍을 겪는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대표를 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로 갈라진 당 지도부의 공개 설전에 이어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5선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포럼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세미나’ 연사로 나서 “저는 한동훈 대표가 이 문제 해결의 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행보 초반부터 지원에 나선 권 의원은 이철규 의원, 장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원조 친윤’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권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이나 각 부처 게시판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각 부처의 직원들이 마치 일반 국민인 것처럼 글을 올린다면 제대로 된 게 아닐 것이다. 발각됐다면 대통령실이나 장관이 무사했겠는가”라며 “당원게시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의 생각을 파악해서 당정에 반영하라고 당원게시판이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에 당직자를 동원하거나, 당 지도부의 측근들이 글을 수백에서 수천 건 올린다면 당심(黨心)은 왜곡된 것”이라고 한 대표의 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작성했다는 일각의 의혹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어 “우리 의원들이 바라는 것은 사실 관계가 뭐냐, 가족이 올린 것이냐, 제3자가 가족 이름으로 올렸느냐 이것을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사실관계를) 알고자 한다는 게 아니란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임기를 2년 반이나 앞둔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 무모한 짓”이라며 여권 대권주자로서 한 대표의 전략 수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권 의원은 “자리란 것이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쫓아간다고 오는 게 아니다. 자칫하면 신기루”라며 “자기 직분에 충실하게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 간 갈등,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간 갈등을 정권 재창출 실패로 이어진 당정갈등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강연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명 요구를 ‘한동훈 흔들기’로 규정한 친한계를 “비겁한 태도”라며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을 더 확고하게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최근 달라진 한 대표의 기류를 시사한 친한계 정성국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권 의원은 “당원게시판 문제를 김 여사 특검과 연계시키는 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고,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직전 당대표를 지낸 5선의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재집권’을 주제로 개최된 ‘투게더포럼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무엇보다 당 내 통합이 잘됐으면 좋겠는데 좀 속상하다”며 당원게시판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김 의원은 “우리 내부에서 당당하고, 깔끔하고, 시원하고, 솔직했으면 좋겠다”며 “뭔가 남은 거 같고 꺼림칙하고 이런 것들을 남겨놓고 가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당이 좀 시끄럽다”며 “(문제가) 잘 매듭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정직해야 하고, 당을 위해 조금씩 내려놓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한 대표를 향한 발언을 내놨다.

당 내에선 총선 패배와 낮은 국정지지율 등을 이유로 동력을 잃었던 친윤계가 당원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공개 설전을 주고 받고, 친한계 인사들에 이어 한 대표까지 “이제 당대표 끌어내리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친윤계를 향한 반감을 표출하면서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됐다는 시각이다. 당시 최고위에서 한 대표와 공개 충돌했던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에서도 “한 대표는 (당원게시판 관련) 고발할 의향이 없고,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