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
에너지·공급망·첨단기술 협력 뜻 모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직접 주제발표
“일본에는 ‘케이조쿠와 치카라나리’라는 속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는 뜻으로 양국 관계와 한일 상의의 미래를 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은 곧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서로의 우정을 되새기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5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13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양국은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맞이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이 자초한 ‘반쪽 사도광산 추도식’ 여파에도 양국이 이어온 경제협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가까이 앉아야 정이 두터워진다’는 우리 속담을 언급하고는 “매년 함께 앉아 회의를 하니 한국과 일본의 경제계가 이전에 비해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으며 경제적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정상의 결단과 기업 여러분의 의지 덕분에 오늘날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한일 상의가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한 특별 프로그램과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인물·기업을 조명하는 경제인 특별 시상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양국 상의가 주도하고 주요 경제단체가 함께 양국의 경제계와 리더가 한자리에 모이는 포럼, 그간의 경제협력 역사와 성공사례를 담은 전시회를 통해 60년 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의 가치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한 이번 회의에서 양국 경제인은 글로벌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양국 상의 회장단이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부산 회의 이후 1년 5개월여만이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등이,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겐 일본상의 회장(미쓰비시상사 상담역), 도리이 신고 오사카상의 회장(산토리홀딩스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양국 상의는 에너지, 공급망, 첨단기술 등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경제협력 유망분야를 모색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지역상의 간 협력모델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한일 경제협력과 경제계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밖으로는 불안한 국제정세, 안으로는 구조적 성장한계 직면이라는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민간 경제협력만이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주도해 구체적 협력분야를 제시하고 국민에게 협력의 이익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 부회장은 한일 경제협력 유망분야로 ▷수소산업 ▷첨단제조업 ▷관광업을 꼽았다. 그는 수소충전소 수가 한국이 290개, 일본이 160개로 전 세계 2,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양국이 수소 핵심 인프라 강국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해외 수소 생산설비 공동투자, 글로벌 수소공급망 공동구축 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소 협력과 관련해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수소는 에너지 관점에서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달성에 핵심 수단이며 산업적 관점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중요성이 높다”며 “양국은 수소 생태계 전반의 공고한 협력을 위해 교류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도리이 회장도 발표를 통해 “한일 양국의 강점을 활용해 제3국에서 에너지·자원개발, 사회기반시설(SOC),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 공동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며 “양자 컴퓨팅, 의료·헬스케어, 문화 교류 등에서 한일 연계의 높은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국 상의는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이 직면한 공통의 경제·사회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경제 실익이 높은 협력 유망분야 발굴 ▷국민교류 확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등이 담겼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