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중국 업체 BYD(비야디)가 내년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국 전기차는 가격경쟁력과 배터리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유럽 완성차 및 부품 시장을 전방위로 타격하고 있는 마당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기업들도 수출 전선에서는 물론이고 안방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차기 미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정책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에 이어 우리 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난제이자 리스크다. 자동차산업이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만큼 민관이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
BYD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시 그룹본부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1월 한국에서 정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며 “최상위 기술과 제품들을 가지고 한국의 전동화 과정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BYD코리아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지 일주일만에 한국 언론을 초청해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연구개발(R&D) 시설을 공개할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다. BYD코리아는 한국 전기 상용차 시장에는 이미 지난 2016년 진출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지난 2022년 17.3%, 2023년 20.5%, 올해 1~9월 22.3% 등 압도적인 점유율로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배터리 회사를 모체로 한 기술력과, 전(全) 제조과정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이 비결로 꼽힌다.
중국 전기차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인력 감축과 함께 임금 삭감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최근 “앞으로 몇 년간 수십억 유로를 절감해야 한다”며 긴축경영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폭스바겐과 골스만삭스, 독일 정부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스웨덴 노스볼트는 미국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독일 부품공급업체 보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5500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23일 나왔다. 미국 포드는 유럽 근무 인력과 공장을 줄이기로 했다. 중국 전기차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태국에선 스즈키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공장을 닫거나 인력을 줄여 사업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BYD는 전체 직원 90만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11만명이라고 한다. 우리도 기술혁신에 대한 더 공격적인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적극 지원, 국회의 규제 개선 입법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품질·안전·서비스 제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