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미확보 4년 가까이 방치
1회차 유찰…최저 입찰가 114억
서울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고덕 아르테온’이 준공 4년 만에 단지 내 학원건물 통매각에 나섰다. 원래 주민을 위한 유치원으로 조성됐던 이 건물은 교육청 인가를 받지 못해 수년간 방치되다 학원 건물로 용도가 변경돼 시장에 나오게 됐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덕3단지 아파트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단지 내 학원건물에 대한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1일 매각 공고를 올렸지만 유찰돼 재매각에 나섰다. 고덕 아르테온 4066가구 및 근린생활시설 3개동과 함께 2020년 2월 준공된 지하 2층~지상 3층 1722㎡ 규모 학원건물이 대상이다. 조합 청산위원회 보류자산으로 준공 이후 현재까지 비어있다.
최고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입찰은 다음달 6일 마감된다. 보증금 1억원을 현금으로 납입해야 참여할 수 있다. 최저입찰가는 114억5790만원부터 시작한다. 지난 1차 매각에서의 기준가격은 127억3100만원이었으나 3주 만에 10%(12억7310만원)를 낮췄다. 낙찰자는 입찰 시 낸 보증금(1억원)을 포함한 계약금 10억원을 지급하고, 계약 후 2개월 내 20억원, 4개월 내 20억원, 6개월 내 잔금을 치러야 한다.
이 학원건물은 애초에 주민들을 위한 유치원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완공 후 일조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허가권자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의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4년 가까이 방치됐다. 이 건물을 조합이 2012년 강동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정비구역 변경 과정에서 유치원 위치가 변경돼 일조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으니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교육환경 보호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구청에 보냈다. 그럼에도 조합은 교육지원청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고, 결국 일조권 문제로 유치원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조합은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이미 유치원이 완공된 상황에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없으니 교육환경평가 심의를 생략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조합이 유치원 준공 전에 교육환경평가서 제출 및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합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패소 판결하자 상고를 포기했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유치원에서 학원건물로 용도변경을 신청해 강동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건물이 지어진 지 4년 만에 뒤늦게 매각 절차를 밟게 된 배경이다. 이로써 자녀를 둔 입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유치원을 학원건물로 용도 변경하면서 매각 공고를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