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살인미수 등 혐의 A씨 징역 12년 선고

택배 문자로 유인한 뒤 둔기로 수차례 내려쳐

119 신고 가까스로 한 여성 머리뼈와 손가락 골절

택배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살해하려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살인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A(28)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범행 도구를 몰수했다.

A 씨는 지난 5월18일 오전 4시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B 씨 집에 침입해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투자 실패로 채무가 늘고 가족과의 불화도 심해진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B 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자 배신감을 느껴 범행을 저지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 당일 B 씨의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B 씨에게 휴대전화로 “택배가 집에 도착했으니 받아가라”는 거짓 문자를 보내 B 씨를 집에서 나오게끔 유인했다. 피해자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A 씨는 택배 문자에 속아 문을 연 B 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신고를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온 B 씨에게 다시 둔기를 수차례 휘두르고, 119를 불러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B 씨는 재차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가까스로 119에 직접 신고하면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B 씨는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머리뼈 골절과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준비 정도, 수단, 잔혹성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공격을 필사적으로 방어해 다행히 미수에 그쳤으나, A 씨가 사용한 범행 도구와 상해 정도 등을 고려하면 자칫 피해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았고 이후에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 씨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과거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1000만 원을 형사 공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가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판결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