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내년 1분기 신형 AI 가속기 양산
엔비디아 대항마 꿈꿔…수율 20%가 발목
EUV 장비 없이 파운드리 기술 발전 한계
중국, HBM-AI칩-파운드리 생태계 구축 노력
정부 자금 등에 업은 반도체 굴기, 성공할까
<김민지의 칩만사!>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우리 AI칩, 엔비디아 최신 칩에 꿇리지 않아!”(화웨이)
중국의 화웨이가 새로운 AI 반도체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 제재에 두손두발이 묶였지만,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자립’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화웨이는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며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수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첨단 AI 반도체를 만들려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한데, 대중 수출 제재로 이를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얼만큼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어센드(Ascend) 910C’(중국명 성텅 910C) 샘플을 일부 IT 기업에 보내 주문받기 시작했다”며 내년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910C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의 3번째 버전입니다. 화웨이는 910C 성능이 엔비디아의 호퍼시리즈 중 하나인 H100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를 꿈꾸는 겁니다.
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단계에서의 기술 부족으로 수율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910C는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에서 생산하는데, 수율이 약 20%에 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정상적인 대량 양산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수율이 70%는 돼야 합니다.
원인은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를 들여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AI 가속기가 7나노 기술로 설계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EUV 장비 없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죠. TSMC와 삼성전자가 현재 3나노 기반의 칩을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또한 TSMC의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AI 가속기를 만들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나노 기반의 화웨이 칩은 기술적으로 뒤쳐져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가격이 아무리 엔비디아의 AI가속기 보다 싸다고 해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10만개 이상의 910B 칩을 주문했지만, 지난 7월 기준 3만개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화웨이는 2025년에 910C를 30만대 출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향한 의지는 정말 굳건합니다. AI 가속기과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까지 자급자족한다는 계획입니다. 즉, 중국 내에서 HBM-AI 가속기-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온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죠.
앞서 지난 7월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모회사 루이지반도체는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푸둥신구 일대 토지를 사들였습니다. 이곳에 171억위안(약 3조2000억원)을 들여 첨단 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CXMT가 생산한 D램을 HBM으로 패키징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목표 물량은 한달에 약 3만개 입니다. 화웨이도 자체 AI 가속기에 탑재한 HBM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지난 5월 중국 국무원은 무려 3400억위안, 한화 65조원에 달하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 펀드’를 설립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는 물론 HBM과 AI 반도체에도 집중 투자될 예정입니다.
중국이 HBM에서의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을 한다면 한국 전체의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가 아닌 자국 반도체를 쓰게 된다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겁니다.
나아가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 제재가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벌써부터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비해 미국산 반도체를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인용한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중국의 미국산 칩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11억1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중국은 올 10월까지 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96억1000만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42.5% 늘어난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