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인당 국부 2배 늘었는데

상속세 부담은 10배 이상 증가해

제도개선 없이 세부담 늘며 부작용

서울 여의도에 밀집해 있는 오피스 뒤쪽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헤럴드DB]
서울 여의도에 밀집해 있는 오피스 뒤쪽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경제계가 경제 전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속세를 올해 정기국회에서 합리적으로 개선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는 21일 상속세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정부가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지난 25년간 유지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6단체 분석에 따르면 국민 한 명이 보유한 자산을 의미하는 1인당 국부(국민순자산)는 2012년 2억2000만원에서 2022년 4억4000만원으로 10년간 2배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상속세 부담은 빠르게 늘어 총결정세액이 1조8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상속세 제도 개선이 늦어지는 동안 국내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0세 이상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을 제외할 경우 62%) ▷중소기업은 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기업이 상속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무거운 세 부담이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며 가업상속·승계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10년간 1인당 국민순자산 및 상속세 총결정세액 변동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10년간 1인당 국민순자산 및 상속세 총결정세액 변동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경제계는 상속세 개선의 필요성을 ▷글로벌 추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 등 4가지 관점에서 강조했다.

먼저 주요국이 지속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해 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5년째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추세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1위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인상됐다.

경제수준 대비 상속세 부담 비율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한국이 0.68%로 OECD 평균 0.15% 대비 4.5배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역시 한국은 2.4%인 반면 OECD 평균은 0.4%에 불과하다.

특히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 20%를 적용받아 기업승계 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한다.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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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등 상속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경제계는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창업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 재산가액 전액에 대해 한도 없이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재정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공하는 특별구역으로 올해 6월 첫 지정 후 현재까지 모든 비수도권 시도에 지정돼 있다. 경제계는 정부안이 입법되면 지역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제도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일부에 제한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제계는 “상속세가 개선된다면 지난 50년간 기업보국 정신이 최빈국을 경제대국으로 도약시킨 것처럼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앞으로의 100년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