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2025년 예정대로 시행 고수

기본공제 250만원→5000만원 완화안 추진

금투세 공제와 동일하게 설계…형평성 논란

“나라 곳간 무너져…금투세는 사회 논란 컸다”

‘을’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 달기 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을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 달기’ 행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과세 방안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액을 5000만원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금투세 시행을 가정해 금투세 공제와 동일한 액수로 설계했던 공약이기 때문이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 기본공제 한도액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정부·여당에서 주장하는 과세 유예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최근 급등한 가상자산 가격과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회유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해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당론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미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설정한 배경에는 당시 민주당이 폐지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금투세와의 형평성 차원의 고려가 있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 금투세가 폐지됐지만, 그 금투세 제도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도를 인정하는 식으로 설계 돼 있었다”며 “그것에 맞춰서 가상자산 투자도 소득을 인정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지난 총선 당시의 공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주식시장 악화와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결단하면서, 금투세와 동일하게 기본공제 한도액을 설정한 가상자산 투자 과세도 유예 혹은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정부·여당 역시 이 점을 파고들어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며 “이건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심의 편에 서서 금투세 폐지를 이끌어 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주식투자와 가상자산 투자는 다르다”며 “주식시장은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까지 물리면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아지지 않겠냐는 하는 우려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또 “기본적으로 일종의 투기적 성격도 여전히 있고,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아직 알 수 없는 지점들이 많다”고 했다.

정부의 세수 결손 문제도 민주당이 과세 시행을 고수하는 이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나라 곳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세수가 2022년도 396조였고, 지난해는 344조였다. 올해는 337조가 될 것이라고 정부가 전망했는데,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세정책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주식시장은 특수하게 사회적 논란이 워낙 커지다보니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금투세를 일단은 폐지하는 쪽으로 갔지만, 그걸 가상자산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끌고 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