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제 엄마와 한 번도 안 해본 해외여행도 가보려 했는데.”
미안하고 슬프다.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들의 마음은 꼭 한결 같다.
늘 밝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 그리고 마지막 길까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10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서 이선자(55)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서 세상을 떠났다고 2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9월 20일 씻고 나오는 길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후 뇌사장기기증으로 폐장(좌, 우. 동시기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 4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 씨는 평소 기증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며, 뇌사가 된다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은 그 뜻을 이뤄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이 씨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건강히 잘 지내길 바라며, 좋은 일을 하고 간 이 씨도 하늘에서 더 기뻐할 것 같다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경상북도 울진에서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이 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늘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꽃과 작물 기르는 걸 좋아하여 밭에서 나온 농작물을 주변 사람과 친인척에게 나눠주곤 했다.
이 씨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누군가의 시작에 늘 축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손길을 내밀었다. 남들이 힘들어할 때면 이리저리 알아보러 다니며 손해를 자주 보기도 했다.
이 씨의 아들 김민규 씨는 “엄마, 막둥이 이제 자리 잡고 이제 엄마와 한 번도 안 해본 해외여행도 가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시면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해요. 평생 가족들을 위해 고생하고 떠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집에 자주 가서 엄마 얼굴 자주 좀 볼걸 이제 볼 수 없다니 슬프네요. 엄마 사랑해요. 꿈에 자주 나와줘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