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직후 수입 늘려…中 10월 수출 13% 급증
가격 인상·거래처 다각화 등 ‘트럼프 시대’ 생존 분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일부 기업은 수개월에서 최대 1년간 판매할 제품을 미리 주문해 놓는 등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전에 최대한 재고를 쌓고 있다.
위스콘신주 소재 스킨케어 제품 판매회사 베어보타닉스의 창업자 제이슨 주노드는 지난 6일 밤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실해지자 곧바로 중국의 공급 업체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각질 제거 장갑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주노드는 “그날 밤 1년 치 재고에 해당하는 5만달러(약 6900만원)어치의 제품을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취임 전 주문한 제품 3만여 개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중국산 물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업체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해 미리 중국산 제품을 비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섰을 당시에도 미국 기업들은 새로운 고율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급히 중국산 제품을 선구매했다.
그 결과 미국의 2018년 대중 무역 적자 폭은 오히려 전년보다 커졌다가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인 22019년부터 줄어들었다.
이처럼 이미 한차례 트럼프 시대를 경험한 미국 기업들은 그의 복귀가 임박하자 발 빠르게 과거의 전략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지난 10월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대폭 상회했다. 9월에 2.4% 성장률을 기록했던 데 비해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앞으로 몇 달간 이러한 선제 주문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다면 많은 업체가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일부 업체들은 남미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 중국을 대체할 제조 국가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중국 업체를 바로 대체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노드는 “미국 내에서 물건을 사 올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벌을 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