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강화, 제조업 기반 공약 옹호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상무부 장관으로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를 19일(현지시간)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러트닉은 트럼프의 거액 선거 자금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관세 강화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상무장관 지명을 발표하며 “러트닉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도 추가로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그동안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미국 산업을 대변하고 중국 기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반도체 보조금, 특허 등 미국 산업 정책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부서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해 예산 110억달러, 직원 5만1000명을 보유한 상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자체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산업 이익을 위해 미국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전했다.
당장 가장 큰 관심사는 러트닉이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유지할 지 여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일명 ‘칩스법’에 따라 미국 반도체 회사에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재 계획된 반도체 보조금을 그대로 이행할 지 변경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러트닉은 대선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에 가장 번영했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을 옹호했다. 대중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중 고율 관세의 전략 수립 및 집행에 앞으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63세로 뉴욕의 유대인 가정 출신인 러트닉은 대학 학부 졸업 직후인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해 29살 때인 1990년대 초반 회장 겸 CEO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1년 9.11 테러 땐 직원의 70%에 해당하는 658명이 사망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는 직원을 잃은 슬픔에 흐느끼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테러 4일 만에 아직 사망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종 직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해 매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신 러트닉은 구호재단을 설립해 모은 돈과 자기 재산으로 9·11 희생자 유족에 1억8000만달러를 지원해 평가가 반전됐다.
직원의 상당수를 잃은 위기에도 캔터 피츠제럴드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업무를 금방 재개할 수 있었다. 이후 9·11 당시 2000명 수준이었던 직원이 1만3000명으로 늘면서 러트닉은 월가의 억만장자로 급부상했다.
러트닉은 금융 중개·기술 기업인 BGC그룹과 부동산 중개업체 뉴마크그룹의 회장도 맡고 있어 그의 상무부 장관 입성은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NYT는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관세, 법인세, 제약 승인 등 다양한 정부 정책과 그의 사업이 이해충돌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트닉이 임명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고액 후원자가 정부 주요 직책에 올라선 추가 사례가 된다. 러트닉은 지난 2년간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욕주 자택에서 모금행사를 주최해 1500만달러를 거둬들이는 등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기부하거나 모금한 금액이 7500만달러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