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 해산 임무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위대 진압 중 목격한 동료의 부상 및 사망 등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부장 민지현)는 60대 남성 A씨가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80년 11공수여단 소속 군인으로 당시 5·18민주화운동 경계·정찰 등 임무에 투입됐다. A씨는 2017년 10월 강원서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시위대 해산 임무 수행으로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었고, 동료들이 총상을 입거나 장갑차에 깔리는 등 부상·사망을 지켜보며 후유증으로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를 입었다는 취지다.
보훈지청은 2018년 1월 골절상에 대해서만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정신적 상이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반려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군 직무수행과 A씨의 최씨의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 간 인과성이 없으며, A씨의 증상은 개인적인 분쟁 또는 민주화운동 진압군 비판 여론에 여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으로 공수부대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던 시기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보훈지청에 낸 상이 발생 경위서에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 등 트라우마에 시달림’이라고 쓴 점에 주목했다. 보훈지청이 A씨의 정신적 상이 중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만 전제하고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며칠 뒤 PTSD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점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뒤 다시 정신과를 찾아서도 PTSD 진단을 받은 점 ▷2019년 12월에도 PTSD로 진단 받은 점 등과 내용을 종합해 ‘A씨의 PTSD가 민주화운동 관련 여론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과거 직무 수행으로 PTSD가 유발됐고 영화 등을 통한 반복적 재노출, 진압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으로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낄 만한 사건이었고 PTSD는 호전되었다 재발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주장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판결은 지난 14일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