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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2PM 장우영 "살고 싶어서, 최백호 선배님 찾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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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자기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똑바로 보고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걷다 보면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를 향한 확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다.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한 장우영은 꼬박 10년이 지나서야 그곳에 다다랐다. 최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헤어질 때’는 현재, 그러니까 과거의 내가 쌓여 만들어낸 지금의 나를 담은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뚝’을 포함한 총 7개 트랙은 하나하나 다른 장우영의 모습을 말해준다.

“하고 싶은 걸 다 담았어요. 앨범 타이틀이 ‘헤어질 때’인데, 그간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를 많이 반복해왔거든요. 그런 것들의 잔재죠. 나만의 표현이 녹아난 산물, 내가 뱉어낸 외침이고요. 노래마다 장르가 다 달라서 ‘그래서 너의 색깔이 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도 ‘어떤 음악을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걸 딱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있는 힘껏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타이틀곡 ‘뚝’은 확 달라진 장우영의 색깔을 보여준다. 5년 6개월 전 첫 번째 미니앨범 ‘23, 매일, 싱글(23, Male, single)’의 타이틀곡 ‘섹시 레이디(sexy lady)’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연상되는 일렉트로닉이었다. ‘뚝’은 팝 성향의 컨템포러리 컨트리 장르로,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한결 장우영의 여유가 느껴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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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에 가사를 썼을 땐 일차원적으로 나의 눈물을 그치자는 내용이었어요. 진영이 형이 5분 만에 전화 와서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 놓고 ‘뚝’이라는 표현과 2절 가사 빼고는 다 바꾸라는 거예요. (웃음) 여자에게 다른 사람이 생겨서, 그 여자는 빨리 이별을 하기 위해 그냥 우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진짜 아픈 건 나인데 네가 그러니 울지 못하겠다. 떠나갈 테니 그만 울어라’라는 거죠”

후렴구는 거의 박진영이 쓰다시피 했다고 했지만, 박진영은 “그래도 네 노래”라고 말했단다. 장우영 역시 박진영의 말을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은 놓지 않고 끊임없이 조율해 나간다고. 앨범 역시 레게 비트에 신스 사운드가 어우러진 ‘돈트 액트(Don’t act)’, 80년대 뉴 잭 스윙 장르의 ‘맘껏’, 재치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얘들아’ 등 다양한 장우영의 모습이 담겼다.

■ 절박했던 시기, 무대 오르기 위한 과정

“하루는 작업실에서 밤을 새고 집에 가는데 ‘이렇게 부를 얻고 화려한 삶을 살았는데 내 음악을 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리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허무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뿌듯했어요. 한 해 한 해 갈수록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수많은 공연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거든요. 이게 나의 길이고 현재구나 싶었죠”

소신과 귀인이 만나니 자기 자신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금세 지나갈 것들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장우영은 성적이나 댓글 등보다 무대에 설 수 있고 앨범을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의 조언대로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된 것이다. 그는 어려운 일이지만 솔직함을 택했고, 진짜 나를 이해시키고 싶어 했다.

“한번은 너무 답답해서 최백호 선생님을 찾아뵀어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감동 받고 너무 힘이 됐거든요. 선생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지인을 통해 연락을 드렸죠. 당시 나는 간절했고, 살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음악을 하신 분들은 어떻게 버티셨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계실까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궁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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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우영은 최백호에 관한 이야기에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절박했던 당시의 심정이 묻어났다. 최백호는 연청바지에 평범한 하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맑아 보일 수가 없었다고. 젊어 보이려 노력한 게 아니라 생각과 마인드 자체가 깨어있음이 느껴졌단다. 아이돌은 무대에 오르기 전이나 후나 꾸미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기에 장우영이 느꼈을 괴리는 더 컸을 터다.

“10년 전 데뷔하기 전에는 정말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5년간 활동하다 보니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사춘기가 왔어요. 그때 선생님을 찾아간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려고 했던 때에요. 그런데 계속 하게 된 딱 하나의 이유는 멤버들이에요. 나 힘들다고 이 사람들을 배신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다섯 멤버는 나에게 정말 큰 사람이이에요. ‘내가 어떻게 해서든 2PM으로 남아 있는다’는 각오로 당시를 잘 이겨냈죠”

나중에 장우영도 후배들에게 최백호 같은 존재가 되지 않겠냐는 말에 그는 어지러웠던 그간의 고민을 끝낸 듯한 후련한 대답을 내놨다. 장우영은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그저 보여주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 앨범을 내고 무대를 할 때마다 내가 어떻게 노력을 하고 있고, 음악이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가수에게 1순위는 앨범이라고 말할 때, 장우영은 ‘무대’라고 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앨범을 내는 것이고, 자기 노래가 없어 다른 사람의 노래로 무대에 설지언정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본인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려는 그였다. 장우영이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려 노력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노래 역시 미리 만들어두지 않아요.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기 때문이에요. 좋은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보다,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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