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2개사·소속 직원 기소
무차입 공매도 남발해 수백억 이득 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한 글로벌 투자은행과 외국계 자산운용사 및 소속 직원 1명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불법 공매도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김수홍 부장검사)은 지난 14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불법 공매도 사건을 수사해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한 글로벌 투자은행 A사와 외국계 자산운용사 B사 및 이 회사 소속 트레이더 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는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일단 전산상으로 공매도한 뒤 나중에 주식을 빌려 갚는 방식의 주식거래다. 과거엔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021년 4월 6일부터 관련법(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엄격히 금지(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소유하지 않은 국내 주식 총 57만3884주(주문액 합계 약 183억2261만원)를 2만5219회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A사 소속 트레이더들은 트레이딩 시스템상 A사 법인 전체의 주식 잔고가 부족한 것을 통지받으면서도 복수의 독립거래단위(Aggregation Unit, AU) 운영을 핑계로 공매도 범행을 장기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사는 트레이더들의 무차입 공매도 다음 날, 국내 보관은행으로부터 공매도로 인해 잔고가 부족해 주식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통지받는 등 무차입 공매도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사실상 소속 트레이더들의 공매도 범행을 용인·방치(자본시장법 제180조 불법 공매도)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한편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B사 소속 포트폴리오 매니저 C씨는 2019년 10월 오전께 미공개된 SK하이닉스 주식의 블록딜 매수 제안을 받고 블록딜 매매조건 협의 중 블록딜 가격을 하락시킬 목적으로 매도스왑을 통해 SK하이닉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8만900원에서 8만100원으로 떨어뜨렸다. 이후 뒤 최초 블록딜 제안가(7만8500원)보다 인하된 7만7100원으로 매수 합의를 하고, 그 직후 SK하이닉스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해 총 35억68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C씨가 미공개된 블록딜 정보, 시세조종성 대량 매도스왑 주문, 시세차익을 노린 무차입 공매도 등 부정한 수단과 기교를 이용했고 B사는 C씨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B사와 C씨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자본시장법 제178조)로 기소했다.
현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무차입 공매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회사 등은 국내 금융시스템 제약을 받지 않는데, 이를 악용해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하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의 대규모 자금이 불법 공매도 범행에 이용될 경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보호가 어려운 현실이므로 치밀하게 수사해 불법 공매도 범행을 적발했다”며 “국내 주식시장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야기한 외국 금융투자업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이 엄정하게 적용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 범행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등 주무부처에 신속히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