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지키는 코리아協
시 정부, 이 단체 예산 지원안 부결
내달부턴 과태료도…“자진 철거 안한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독일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독일 정부가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소녀상의 존치를 반대한데 이어 이 동상을 지키려는 재독 시민단체의 예산 지원도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rbb방송은 3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문화교육 프로젝트 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자문위원회 위원에게 연락해 코리아협의회 인권교육 지원예산 삭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유는 일본 정부와 분쟁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
코리아협의회는 최근 시 정부에 지원 예산 8만7000유로(약 1억3000만원)를 신청해 예술·교육계 심사위원단의 1차 심사를 통과했으나 지난 4월 베를린시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 2020년 베를린 소녀상 설립을 주도한 재독 시민단체로, 다음 해인 2021년부터 '내(소녀상) 옆에 앉아봐'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지역 청소년들에게 전시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전반을 다루는 인권교육을 해왔다.
코리아협의회는 해마다 베를린시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300여명을 교육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이 삭감돼 5월부터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코리아협의회는 전했다.
베를린시 당국은 이에 대해 "프로젝트 기금은 다수결로 결정되며 위원회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위원회 결정에 대해 언급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 당국이 코리아협의회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은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로비 활동에서 비롯됐다. rbb 보도에 따르면,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이 최근 베를린 시내 5성급 호텔에서 자문위원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며 예산 지원에 반대하도록 로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대사관은 로비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코리아협의회의 인권교육에 대해선 "일방적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며 "아시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독일 젊은이들에게 반일 감정을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전반적인 성폭력 문제를 다룰 뿐 일본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교육이 아니다. 프로젝트 신청서에 일본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일본 측은 2020년 9월 베를린에 소녀상이 설치되자 반발했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미테구청이 철거를 명령했다.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철거 명령은 보류됐다.
베그너 시장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을 만나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은 찬성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소녀상 철거를 시사한 바 있다.
소녀상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미테구청도 특별허가 기간이 2022년 9월 끝났다며 내달 28일 이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이와 관련 “과태료를 계속 내더라도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