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태 해돋이목장 대표 인터뷰

“개체별 사양관리, 첨단기술 활용

믿고 마실 수있는 우유생산 노력”

“해외보다 엄격한 원유인증 자부심”

“국내 원유 인증체계가 세계에서 제일 까다롭습니다. 목장주 스스로가 병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1등급은 받지 못해요. 편하게 소를 키울 수도 있지만, 한 마리 한 마리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키웁니다.”

지난 14일 찾은 경기 포천시 해돋이목장. 4000㎡(약1500평) 규모의 축사에는 130마리의 소가 생활하고 있다. 성장 단계별로 분리된 소들은 시기에 맞게 사료, 부드러운 풀, 거친 풀 등 다른 먹이를 급여받는다.

김범태(38·사진) 해돋이목장 대표는 2022년 8월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목장으로 왔다. 아버지 목장을 이어받아 2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반이 됐다. 김 대표는 관련 학부와 대학원을 다니며 소에 관해 공부하고, 사료 기업에서 목장 컨설팅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시간까지 합하면 20여년을 젖소에 쏟았다.

김 대표는 가장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목장에 왔다. 그는 “당시 젖소 1마리당 평균 유량이 29㎏정도로, 목장이 제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평균 유량이 40㎏ 정도인데, 앞으로 목표는 평균 유량 45kg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개체별 사양관리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체온, 활동 기록, 반추 횟수까지 데이터로 모두 기록한다.

철저한 개체별 사양관리는 원활한 품질관리로 이어진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진행한 ‘2023년 원유 검사’ 결과, 지난해 집유된 원유의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69.13%로 전년 대비 4.25%p(포인트) 증가했다. 세균수 1등급 비율도 99.59%로 전년 대비 0.05%p 증가했다.

원유 인증 체계는 다른 국가보다 엄격하다. 좋은 등급을 받기도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가장 높은 품질 등급은 1A다.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 세균 수 3만 개 미만이어야 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낙농가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3 낙농경영실태조사연구결과’에 따르면 낙농가는 부채 및 후계자 부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가 호당 평균 부채는 6억8100만원으로, 2022년보다 9500만원(33%p) 증가했다.

꾸준히 오르는 생산비도 부담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1ℓ당 1003원으로 2022년(959원)보다 4.6% 증가했다. 앞서 2022년 우유 생산비는 전년(843원) 대비 13.7% 오르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 대표 역시 “예전에는 유사비(우유 매출 대비 사료비 지출 비중)가 매출의 4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60%를 웃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령화도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해 20~40대 경영주 비율은 25.9%로 전년 대비 1.6%p 줄었다. 50~70대 경영주의 비율은 74%로 전년 대비 1.1%p 증가했다. 여가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낙농업 특성상 가업을 이어받으려는 2세도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목장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목장을 운영하는 것을 봤으니,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며 “더 욕심을 내 열정 있게 배우려는 2세도 많은데, 결국 이들이 우리나라 낙농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우리가 생산하는 우유를 믿고 찾는 소비자가 있다면 사업 가능성은 항상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며 “깨끗하고 건강한 젖소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먹거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새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