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선재를 좋아해주셔서 고맙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재를 보내고 싶지 않다. 나에게 많은 인기를 준 작품이다. 기억하고 보고 싶을 때는 처음부터 찾아보는 환경이 좋아졌으니, 이제 차분히 보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류선재를 연기한 배우 변우석(32)이 한층 더 멋있어 보였다. 변우석은 최근 ‘선업튀’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노란 장미와 우산을 선물했다.

그 우산은 임솔(김혜윤)이 한강다리 한가운데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떨고 있을때 성큼성큼 다가와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주던 그 남자의 그것이리라.

‘선재 업고 튀어’는 쌍방 구원 서사다. 2008년으로 타임슬립한 이유도 서로를 살리려고 하는 마음의 확인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변우석은 10대의 청량함과 20대의 풋풋함, 30대의 성숙함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선재는 까다로운 역할이지만 변우석은 잘해냈다.

“고교 선재와 34살 선재 등 다양한 선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감독님과 상의해가며 톤을 맞췄다. 고교 교복을 소화했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조명의 힘과 스타일리스트 덕분이다. 물론 머리 스타일 변화라거나 고교 시절 선재는 톤도 떠있는 등 미세하게 신경도 썼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모이니까 고등학생으로 봐주시더라.”

‘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변우석은 지난해 공개된 영화 '20세기 소녀'때도 교복을 입었다. “20세기 소녀때는 동복을 주로 입고, 선재는 하복을 입어 비주얼이 달랐고, 서로 감정이 다른 캐릭터였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임솔과 함께 MP3를 듣고 있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남자 고교에서 그런 경험이 있는데, 친구랑 친해지면 무엇 때문에 그런지 모를 정도로 편안해진다”고 과거 경험을 전했다.

변우석은 “TV를 통해 보니까 보완할 점도 있었다. 선재를 연기할때 가졌던 감정들이 안담긴 부분도 있었다. 발음 등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다음에는 보완해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최종화에서 류선재(변우석)가 15년을 뛰어넘은 타임슬립 끝에 임솔(김혜윤)에 대한 모든 기억을 되찾고 눈물로 재회해 여운을 안겼다. 류선재는 더 이상 죽지 않았고, 임솔은 그런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고군분투하지 않게 되며, 마침내 서로를 구원한 두 사람의 서사는 마무리됐다.

‘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변우석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선재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을까?"라는 질문에는 "솔이 선재를 좋아하는 팬이다. 그런데 류선재가 어렸을때 옆집에 사는 솔을 좋아했다는 판타지가 좋게 다가갔다"면서 "이후에도 선재는 소나무 같은 모습,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너만을 좋아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까칠한 남자 주인공, 이게 뭐지 하는 남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훨씬 지고지순하다. 그렇게 다가가는 남자를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답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아시아 등 외국에서도 큰 반응이 나왔다. 변우석은 번역기를 돌려가며 외국인들이 쓴 댓글을 다 봤다고 했다. 변우석은 오는 7월 6일과 7일 아시아 팬미팅 '2024 ByeonWooSeok Asia Fan meeting Tour SUMMER LETTER in Seoul'을 진행하는데, 무려 70만 명이 몰렸다고 알려졌다.

"'선재야 사랑해'라는 외국인들의 댓글이 많았다. 팬미팅 일정을 추가하는 것 같아 기쁘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할 기회도 생긴 것 같다. 우리 작품을 해외에서도 좋아해주는 것도 좋다. 국내 시청자 댓글 중에는 '월요병 치료제'라는 글을 보면서 가장 기분 좋아졌다.“

‘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변우석은 선재의 지고지순을 어느 정도 공감했을까? “제 첫사랑은 고교때였는데,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다.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어 그 감정은 확실히 이해하는데, 선재 같은 희생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위해서 그런 경험이 없다.”

이어 변우석은 "'솔아, 내가 너 많이 좋아해' 등 담백한 대사를 사람들이 좋아해주셨다. 수영만 했던 친구가 했던 말로 적합한 것 같다"면서 "나는 수영을 잘 못하는데, 이번에 좀 배웠다. '소나기' 노래도 선재 만큼 부르지 못한다. 음악감독님이 노래할때, 힘을 빼거나 힘을 주는 부분을 알려주셨다. 멜론에서 4위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이 이클립스를 좋아하는 마음이 유지된다면 멤버들끼리 콘서트를 해보자는 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변우석은 "작품 하나로 신드롬이 나타난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얼떨떨하다. 변화를 체감하고 순간순간 실감한다. 오늘 같은 인터뷰와 타임스퀘어에 광고가 올라왔고, 노래 4위, 단관 영화관 시청, 전주국제영화제 참가 등이 꿈 같으면서 정확히 캐치가 안됐다. 이게 맞아, 하는 기분이었다"면서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가서 사인을 한 시간 넘게 했다. 고모가 잘돼 너무 좋다고 하셨다. 가족들이 행복해했다"고 전했다.

변우석은 김혜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변우석은 "혜윤은 솔의 감정을 잘 살려냈다. 그 점에서 혜윤에게 도움을 받았다. 나도 지고지순한 걸 어떻게 보여주자는 것보다 상황에 처했을때 선재의 말과 행동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나는 그걸 잘 살리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혜윤이가 존경스럽다. 현장에서 촬영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다. 솔이 오해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떤 행동을 해도 좋았다. 제 앞에서 감정신을 할때 대단하고 신기했다. 혜윤이 눈물이 찬 다음 한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봤다. 혜윤이가 있어 선재로서 빠져들 수 있었다."

‘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변우석은 이무진과 뉴진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극중에서 밴드 이클립스의 보컬리스트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콘서트 장면은 전문적으로 해 본 적 없어 몇개월간 장면을 고민했다. 제스처를 잡아놓고, 연습했다. 샤워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선재의 감정을 깊이 있게 생각할때 나오는 감정이 가장 행복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오로지 선재만을 생각하며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의 행복함을 느껴봤다. 그런 것 때문에 계속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처럼 변우석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단순히 인기만 얻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의미가 동반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KBS 사극 '꽃피면 달 생각하고'(2021) 이후부터는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다. 그전 3년간은 연기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았다. 이제 감독, 선배님 등 주변사람에게 많이 물어본다. 시청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초반 연기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라면, 지금은 단점을 보완해 안정적인 순간이 있는 듯하다."

변우석은 "배우는 장면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또 연기 선생과 똑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해보고 싶다"면서 "과거에는 판타지물,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감되는 작품과 캐릭터가 우선이다. 류선재를 준비할 때도, 대본을 읽을 때, 작가와 감독님과 대화할 때, 선재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업튀’ 변우석 “선재의 지고지순 사랑 공감 얻어…선재 떠나보내기 힘들다”[인터뷰]

변우석은 모델과 배우 일을 10년간 했다. 연기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많다. "이쪽 일이 나하고는 안맞나. 촬영 때에도 욕먹은 적이 많았다. 연기는 나를 얼마나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한때 제가 즐기지 못하는 걸 알고 그만두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이사님(백동진)이 응원해줬다. '좀 더해보자고, 10년도 안했는데. 단점을 보강해 계속 해보자'. 그런 이사님이 너무 고맙다."

바로엔터테인먼트 백동진 이사는 BH 시절을 포함해 선재와 동고동락한 사이다. 변우석이 오디션에서 질타를 받을 때에도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변우석은 백동진 이사가 업어 키운 '작품'이라는 말도 있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배우가 성공하려면 매니저와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 여기에는 운도 따른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데, 이런 백동진 이사 같은 매니저가 다가오지 않는다. 키 크고 잘 생겼다 해서 되는 곳도 아니다.

초보 시절 변우석이 아직 포텐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게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백동진 매니저가 다가와 준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 말해도, 백 이사가 보기에 변우석이 언젠가는 터질 수 있는 가능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환상의 조합이 이뤄졌고, 변우석은 연기 포기를 선언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모델 일을 포함해 1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한 게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봐준다. 변우석을 좋아해주는 느낌이다. 선재 아닌 저(필자의 주석-선재도 좋아하고 우석도 좋아하고)를 좋아해주는 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어 행복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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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은 "차기작이 부담스럽지 않나"는 질문에는 "그건 아직 나오지 않은 결과에 대한 생각이다. 선재의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보강해 연기한다면 다른 느낌이 나올 듯하다"는 긍적적인 답변을 했다.

"혹시 바꾸고 싶은 과거가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저의 순간적 편안함을 추구하다 주요한 시간을 놓친 적이 있다. 고3때 입시 준비로 힘들때 할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할머니를 보고 차에서 좀 쉬겠다고 나왔는데, 그 순간 임종했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순간적으로 잠을 선택한 게 후회됐다"고 말했다. 변우석이 할머니와 많은 추억이 있었던 것 같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도 할머니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도 할머니를 생각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선재를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다. 너무 좋아한 친구여서 보고 싶을때 마다 선재를 보면서 그리워할 것 같다. 팬들도 저처럼 그리워하면서 같이 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