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추락 책임론' 정몽규 4선 노리나…AFC 집행위원 당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며 국제 축구 외교 무대로 복귀했다. 카타르 아시안컵 졸전과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 잇따른 한국 축구 위상 추락의 책임을 지고 축구협회장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연임을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4회 AFC 총회에서 동아시아지역 할당 집행위원에 단독 출마해 투표없이 그대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7년 정기총회까지다.

AFC 집행위원회는 아시아 축구 최고 집행 기구다. 회장 1명과 부회장 5명,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6명(여성 1인은 집행위원 겸직), 집행위원 18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돼 있다.각종 대회 개최지 선정 등 AFC 행정의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제33회 AFC 총회에서 치러진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6월 AFC 회장 직권으로 AFC 준집행위원 자격을 얻었고, 이번에 정식으로 당선됐다.

축구협회는 "정 회장은 임기 동안 아시아축구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국제축구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AFC 집행위원에 한국인이 당선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가 정 회장이라는 사실에 국내 축구계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 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책임이 있는 정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어 23세 이하(U-23) 대표팀마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 탈락해 40년 만에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정 회장 사퇴 여론의 불길은 더욱 커졌다.

지난 7일에는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낙후된 축구 저변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대표팀 성적에만 몰두하는 현 집행부의 졸속행정 때문에 한국 축구가 퇴보하고 있다"며 정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이번 집행위원 당선이 축구협회장 4선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얘기가 축구계에서 돈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할 수 있는데, 정 회장처럼 국제단체 임원 자리를 가지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이날 함께 진행된 중앙아시아지역 할당 여성 집행위원 선거에서는 마찬가지로 단독 출마한 미고나 마흐마달리에바(타지키스탄) 위원이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