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어린이재단 소아암 환아 가족쉼터
공간 부족으로 이용 가족 21.5%에 불과
LG 15억 기부로 가족쉼터 17개실로 확대
구광모 회장 “미래 세대 위한 지원 지속”
두산도 ‘가족돌봄청년’에 매년 10억 조성
최태원 상의회장 나눔프로젝트 적극 후원
“비용적인 부담으로 소아암 환아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가족쉼터’를 1년에 많아야 2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LG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쉼터를 한 번에 6개 확충할 수 있게 됐다. LG의 기부는 정말 단비와 같다.”
8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오피스텔인 이화에수풀. 평범한 오피스텔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소아암 환아와 보호자들을 위한 가족쉼터가 마련돼 있었다. 총 6개실의 가족쉼터는 약 6평 크기의 원룸 형태로 세탁기와 TV, 공기청정기 등 환아 가족들을 위한 가전기기들이 갖춰져 있었다.
이날 오후 방문한 가족쉼터에는 새로 입실할 소아암 환아 가족들을 위해 청소 및 정리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김예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대리(사회복지사)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경남 통영, 제주도 등 먼 지역에서 오는 가족들이 쉼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1996년부터 가족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암 환아 가족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대형병원에 다니면서 발생하는 숙박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 졌다. 가족쉼터는 대학로 쉼터 6개실, 교대 쉼터 5개실 등 총 11개실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로, 교대 인근에 대형병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쉼터를 마련한 것이다. 1년에 가족쉼터를 이용하는 환아 가족들만 약 8000명에 달한다.
가족쉼터 이용 비용은 하루 기준 1만원이다. 한 가족당 최대 7일간 머무를 수 있다. 일반 숙박 시설 대비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 가족쉼터 사용을 원하는 환아 가족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수요 대비 시설이 부족해 신청 대비 실제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가족들의 비율은 2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선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매년 1200명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간적 제약으로 모든 환아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항상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단이 1년 동안 가족쉼터를 운영하는 데 쓰는 비용만 4억원에 달한다. 가족쉼터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하면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기업이 있으니 바로 LG다. LG는 지난 3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가족쉼터를 운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금 15억원을 전달했다. 1991년 재단 설립 이래 최대 지원 금액이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기부금을 통해 가족쉼터 6개실을 새롭게 열 수 있게 됐다. 가족쉼터 6개실은 연간 총 4000여명의 환아들과 보호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LG의 지원으로 11개실에 그쳤던 가족쉼터는 17개실로 늘어나게 됐다.
서 총장은 “지난해 재단 차원에서 가족쉼터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평소 간병돌봄 문제에 관해 관심이 큰 LG가 캠페인 취지에 대해 공감했다”며 “가족쉼터 지원과 관련해 LG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오랫동안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활동을 지원했다. LG전자, LG유플러스 등 일부 계열사들은 재단에 헌혈증, 소아암 환자 치료비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건강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의 기부가 이뤄지기까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LG의 기부는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가 진행하는 ‘다함께 나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주도로 출범된 ERT는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기업이 갖고 있는 문화를 활용해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3일 진행된 기부금 전달식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가족쉼터가 소아암 환아와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우리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부모들은 아이를 낳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환아를 돌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든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사각지대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LG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면 간병돌봄 문제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뿐만 아니라 두산도 청년들의 간병돌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산은 전국의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를 대상으로 매년 10억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영케어러들에게 전달되는 지원금은 가족 간병과 의료비, 주거 공간 보수 등에 사용되고 있다. 두산은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영케어러 코디네이터’를 통해 영케어러와 소통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최 회장은 “그 동안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개별적으로 추진해왔는데 특정 사회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가진 기업이 힘을 합치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ERT도 여러 사회 이슈를 반영해 공론화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으로 참여가 확산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간병과 돌봄은 관심을 가져야 할 아주 중요한 사회문제로 노령화 핵가족화가 이미 진전된 사회에서 간병과 돌봄이 필요한 상황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 동참을 독려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