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열량이 높고 필수영양소가 부족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총칭해 ‘정크푸드(junk food)’라 부르며, 나쁜 음식으로 몰아간다. 게다가 기름 등 지방 성분과 함께 당, 소금, 식품첨가물 등이 많이 들어 있는 햄버거, 소시지, 햄, 라면, 시리얼, 탄산음료, 과자류까지 정크푸드로 분류한다. 그러나 햄버거체인점인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에선 매장마다 긴 줄을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정크푸드로 불리는 음식들은 특히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아 전 세계적 소아비만 문제의 원흉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는 이들 식품의 TV 광고, 학교 내 자판기와 식당에서의 판매 등을 금지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고지방 과자, 튀김류 등을 비만 유발 정크푸드로 규정해 학교 내 판매를 금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면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햄버거는 과연 나쁜 음식일까 생각해 보자. 사실 햄버거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줘 전 세계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42%의 점유율을 보인 햄버거였다고 한다. 뒤이어 샌드위치가 14%, 중국 음식 등 아시안 푸드와 치킨이 각각 10%, 피자와 파스타가 9%, 멕시칸 푸드가 8%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불어닥친 웰빙 바람에 편승해 영양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강과 장수를 위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식약처의 한 조사에 따르면 238종의 우리 외식음식 중 보쌈이 열량이 가장 높게 조사됐는데, 1인분(300g) 기준으로 일일 권장 칼로리(남자 2200㎉, 여자 2100㎉)의 절반을 넘는 1296㎉라고 한다. 김치도 나트륨 과잉 섭취의 원흉이라 하니 젓갈, 장류 등 전통 발효식품까지도 소비자의 눈에 정크푸드로 보일까 걱정된다.
사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태생적으로 나쁜 음식이 아니다. 바쁜 현대에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우리의 김밥과 같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에 채소의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완전식이다.
과거 ‘핑크슬라임’(쇠고기 부산물에다 암모늄수산화물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 등 저질 식재료를 사용했던 것이 정크푸드라는 오명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선하고 고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는 조리 시간이 짧고 편리하므로 오히려 위생·안전 측면에선 미생물 번식 시간을 허용하는 슬로푸드에 비해 장점이 더 크다.
원래부터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절대선(善)도 없고 절대악(惡)도 없다. 모든 음식은 영양가, 기호성, 편리성 등 고유의 좋은 역할을 갖고 있으나 양(量)에 따라 독이 될 수가 있다. 비만 등 음식 유래 질환의 원인을 음식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과식, 편식, 폭식 등 나쁜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