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병원과 의사가 사라진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0’에서 2030년에는 병원진료와 의사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물론 인간이 생존하는 한 질병을 피할 수 없고, 질병이 있는 한 병원이나 의사가 없어질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짚어보면 현재의 병원이라는 공간, 현재의 의사와 같은 역할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고 각종 검사를 한 후 의사는 그 결과를 종합해 진단하고, 그 진단에 따라 치료를 한다. 하지만 미래의 병원이 계속 현재와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미래 의학의 핵심 요소는 ‘4P’이다. 이는 ‘예측(prediction)·예방(prevention)·정밀(precision)·참여(participatory)’를 말한다. 즉, 미래의 의학은 한 개인이 미리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하고 평소 건강관리를 통해 이를 ‘예방’하며, 병에 걸린 후에는 그 사람에 가장 적합한 ‘정밀’한 치료방법이나 약물을 사용하고, 이 모든 과정에 환자들이 ‘참여’한다는 뜻이다. 현재와 같이 병이 걸린 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평소 건강관리를 통해 미리 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병원이라는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도 적어질 것이며, 병원은 그 규모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래 의료를 실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한 수치화된 자료로 데이터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개념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외로 주목받는 분야가 정신의학 분야다. 그동안 객관화된 검사방법의 부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주관적 증상이 주가 되던 분야에 디지털혁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각종 생체신호를 자동적으로 클라우드로 수집하고 실시간 환자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생체신호 중에서 인간의 특정 감정, 행동, 사고 등과 관련이 있는 의미 있는 신호를 발견하게 된다면 디지털을 통한 객관적인 정신질병의 예방·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의료 수준과 세계 최고의 ICT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빨리빨리’ 문화가 어우러져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약물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의 개발은 오랜 역사와 수많은 노하우, 전문가를 필요로 하기에 사실 국내 의료 기반으로는 외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 시대의 우리나라 의료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유엔이 예측했듯이 현재와 같은 병원과 의사는 없어지고, 그 대신 디지털 병원과 디지털 의사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혁명을 통해 개인의 의료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오프라인 병원은 줄어들고 의료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 미래 의료를 위해 병원에서 준비할 것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추구하는 플랫폼 정부와 연결되는 디지털의료 플랫폼 구축을 위해 제도적인 정비를 조속히 시행하여 국민 건강관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