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공세에 조원태 재반격
동수 후보추천 개별투표 전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KCGI 주주연합 측이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이사진 후보 8명을 내놓은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서도 같은 수의 후보를 추천해 정면대결을 펼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4일 한진칼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진칼 측에서도 이달 중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거쳐 조 전 부사장 측과 동등한 수의 이사진 후보를 내놓고 정면 대결을 할 것으로 안다”며 “조 전 부사장 측에서 요구한 개별투표 방식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조 전 부사장 측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우며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이사진 후보를 제안했다. 또 “주주들의 의사가 보다 정확히 반영된다”며 개별투표 방식을 정관에 명시하도록 요구했다.
당초 한진칼은 조 회장과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되는 이석우 두레 변호사의 공석을 메우는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정도의 소폭의 이사 교체를 검토해 왔다.
이사 후보 전체에 대해 ‘가부’를 묻는 현행 방식을 따를 경우 하나의 선임안에 포함된 후보가 적어야 주주들의 선호가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칼 내부에서는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대규모 이사진 후보를 내세워 공세를 펼치면서 상황이 급변하자 전선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조 회장측의 이 같은 전략 선회는 조 전 부사장 측이 요구한 개별투표제를 받아들이고 이사진 후보 수를 조 전 부사장 측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오히려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개별투표제를 거부하고 조 회장과 1명의 사외이사 선임안만을 고수하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에게 수세적으로 보일 수 있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이 동일한 수의 후보를 내세워 인물 중심의 대결로 구도를 짜면 일부 조 전 부사장 측의 후보가 선임되더라도 조 회장 측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분석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