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이공계 소녀들에 공학, 과학, 수학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선입관(stereotype)’을 심어주자.”
미국 바이오벤처의 신화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ㆍ31) 테라노스(Theronos) 창업주가 이공계 소녀들을 위한 명언을 남겼다. 홈즈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연례모임에서 참석해 “이공계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선입관’으로 어린 소녀들을 키우자”고 제언했다.
홈즈는 이날 어김없이 검은색 정장에 터틀넥 셔츠을 입고 등장했다. 그녀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를 존경해 잡스처럼 터틀넥을 즐겨입는다. 오직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무엇을 입어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나름의 패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홈즈는 CGI 마지막 세션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과 함께 무대에 나와 여성이 과학계에 더 많이 진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STEM 분야에서 여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첫 글자를 딴 약자다.
홈즈는 “이 나라(미국)에서 이공계 여학생을 더 격려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부모로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여학생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모든 것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같은 홈즈의 발언에 대해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여성 선입관에 대한 지혜로운 발언을 청중과 공유했다”고 전했다. 홈즈의 자산은 45억달러(5조3170억원)로, 포브스 400대 부자 121위, 올해 미국 자수성가 여성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즈는 미국 바이오벤처 신화다. 19세 때 피 한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혈액검사업체 테라노스의 창업했다. 스탠퍼드대 화학과에 조기입학한 홈즈는 재학 시절 화학공학 담당 교수인 채닝 로버트슨을 찾아가 동업을 제안하고, 박사과정 전유물이었던 실험실을 쓰게 해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싱가포르 게놈연구소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홈즈는 싱가포르로 건너간 뒤 사스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동참했다. 이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홈즈는 미국으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했고 수많은 특허신청을 했다.
홈즈의 어머니 노엘은 당시 “딸 아이가 5~6일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며 “5일간 1~2시간밖에 자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간간히 먹을 것을 가져다 줬다”고 회상했다.
홈즈는 대학을 중퇴하고 학비를 종잣돈 삼아 테라노스를 설립한 뒤 연구개발과 투자에 올인했다. 10년 간의 노력 끝에 피 한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알아낼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노스가 보유한 미국 특허만 18개이고 역외 특허는 66개에 달한다. 현재 테라노스 직원은 500여명, 기업가치는 90억달러(10조6400억원) 이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홈즈의 성공에 대해 “개인 건강정보를 광범위하고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인류 역사를 위해 상상할 수 없었던 발전”이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