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땅과 건물 등의 유형자산을 팔아 돈을 마련한 경우가 코스닥시장에서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보다 재무상태가 양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마저 올 한 해 현금 마련을 위해 땅과 건물 등을 처분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장과 주유소처럼 중요한 영업 시설을 매각한 경우도 있었으며, 유형자산을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유형자산 처분결정 공시(종속회사의 유형자산 처분결정 공시제외)는 모두 4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공시는 24건(총 매각가격 1조1953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공시 19건(총 2445억원)을 앞질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유형자산 처분결정 공시건수는 19건으로 코스닥시장(21건)보다 적었다.
올해 유형자산을 처분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일부는 ‘공장 이전’, ‘해외 합작사 설립’,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에 따른 토지 수용’과 같은 불가피한 이유로 건물이나 땅을 팔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형자산을 매각했다. 심지어 처분 대상에는 공장, 주유소, 호텔 등의 주요 시설도 포함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모회사인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지난 10월 대우그룹의 모태였던 부산 섬유제조 공장(매각가 1570억원)을 태광실업에 매각했다.
대성산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이태원주유소(190억원), 동부주유소(100억원),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호텔(1400억원)을 처분했다.
유형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7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SEI 타워와 글라스 타워 공유지분(34%)을 농협은행에 2430억원을 받고 팔았다.
한화타임월드도 지난 7월 한화타임월드 동백점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최근한화케미칼로부터 한화생명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로 계열사에 자금을 이동시켰다.
기업들의 유형자산 처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형자산을 처분하면 자산총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비유동 자산은 줄어들고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으로 유동 자산이 늘어난다. 이렇게 마련된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휴지와 같은 비영업자산이 아니라 영업에 필요한 핵심 자산을 매각할 경우 앞으로의 기업 경쟁력과 현금창출 능력이 약화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