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ㆍ신수정 기자] ‘전차(電車)군단’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 자동차 업종의 대장주인 두 회사는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1, 2위로 증시 견인차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수출주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엔화 약세 속에서도 휴대폰 판매호조, D램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과 실적이 받쳐주는 반면, 현대차는 엔화 약세의 직격탄에 리콜 여파까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해당 업종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희비는 전자, 자동차주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방하는 전자=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급락했지만 삼성전자 등 IT주들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출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한국 IT 기업은 일본 IT 업체 대비 경쟁력이 강해 이를 빗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형 IT주의 1분기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
이달들어 지난 8일까지 코스피지수가 4.3% 가량 내린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0.5% 하락에 그쳤다. LG이노텍은 실적 개선 기대감에 같은 기간 8.7% 상승했다.
엔화 약세속에서도 원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소니나 파나소닉 등 일본 IT 기업의 경쟁력은 이미 상당부분 약화돼 국내 IT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실적도 이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8조7000억원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했다.
9일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경쟁작 부재로 갤럭시S4의 성공적 판매가 예상되며 반도체 부문 역시 D램 판가 상승 등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2분기부터 시작되는 실적 도약과 함께 다시 한번 주가 상승세를 보여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4%, SK C&C는 14.9%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악재 겹친 자동차=현대자동차는 리콜여파와 엔화약세 등의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변수에 따른 전망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지속되는 엔화 약세는 해외시장에서 도요타, 닛산 등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업종 전체에 대한 걱정이 대두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리콜에 엔저라는 ‘쌍끌이 악재’로 지난주에만 10% 가량 하락하며 20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대장주 현대차의 하락으로 자동차 3인방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물론 자동차 부품주도 전반적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9일 시장에서는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올해 3.9%의 판매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데, 중국 판매분을 빼면 성장률이 1~2%정도에 그친다”면서 “여기에 엔화 약세라는 대외변수까지 겹치면서 부담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등 수급면에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최근 도요타를 담고 현대차를 파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하다.
다만 과도한 엔화 약세가 진정될 수 있고, 리콜 악재의 직접적인 여파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환율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차 효과, 성수기 진입으로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익률은 10%를 회복할 것”이라며 “1분기 중국판매가 전년동기대비 40.7% 증가한 것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