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한국 여자 탁구 간판 신유빈(19·대한항공)이 생애 첫 국제 종합대회 단식 메달을 확보하고서 활짝 웃었다.
신유빈은 30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대만의 전즈여우에게 게임 점수 4-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유빈은 동메달을 확보했다. 아시안게임 탁구에서는 3위 결정전 없이 준결승 패배자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신유빈은 첫 국제 종합대회 무대였던 2년 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특히 단식 32강전에서 탈락한 뒤 '엉엉' 우는 모습이 포착돼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2년 뒤 도전한 항저우 무대에서는 달랐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유빈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단체전 때도 동메달에 설렜는데, 이렇게 단식에서도 동메달을 확보하게 돼 정말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승리의 요인을 묻자 잠시 침묵하던 신유빈에게 한 기자가 '왜 그러냐'고 묻자 "우는 거 아니고 생각하는 중이니까 뭐라고 하지 좀 마세요!"라고 타박해 취재진을 웃게 하기도 했다.
신유빈은 이날 8강전에서 30세 베테랑 전즈여우(48위)를 만나 보란 듯 역전승을 일궈냈다.
전즈여우는 지금은 세계랭킹에서 신유빈(8위)보다 아래에 있지만, 2010년대 말 묵직한 포핸드 톱스핀을 앞세워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다. 16강전에서는 홍콩의 에이스 도호이켐을 꺾고 올라왔을 정도로 기세도 좋았다.
신유빈은 1게임을 내줬지만 2게임부터는 노련미가 엿보이는 코스 공략으로 상대의 빠른 공격을 차단해 나갔고, 네 게임을 연이어 가져가며 승리했다.
신유빈은 "첫 게임에서는 상대가 아주 어렵게 느껴졌는데, (당황하지 않고) 이후에 내 작전을 잘 수행한 게 잘 통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다음 상대는 세계 1위이자 중국의 '에이스'인 쑨잉사다. 이번 대회 쑨잉사는 어떤 선수도 범접할 수 없는, '저세상 탁구'를 펼쳐보이고 있다.
신유빈은 지금까지 쑨잉사와 4차례 만나 모두 졌다. 이 4경기에서 신유빈은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신유빈은 "1위라고 다를 건 없다"면서 "나도 늘 해 온 것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것들이 경기 안에서 나올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유빈은 앞서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수확하는 메달 중 어떤 것을 진열대 중앙에 배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일 좋은 색으로 걸겠다"며 금메달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