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22일 오전 5시58분과 8시5분경 각각 무수단 추정 미사일을 1발씩 발사해 1발은 150㎞ 가량 날아가 실패했고, 다른 1발은 사거리가 약 400㎞였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이날 2번째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일본 방위성의 말을 빌려 “자위대 레이더 정보를 분석한 결과 1000㎞를 초과하는 고도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사거리 400㎞를 기록한 미사일이 1000㎞ 고도까지 올라갔다는 보도에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또한 사거리 약 3500㎞로 알려진 북한 무수단 미사일이 고도 1000㎞까지 올라가면서 사거리 400㎞를 기록한 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사거리 400㎞, 비행거리는 2000㎞? 미사일 용어정리가 필요해

군 당국은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북한 미사일은 상당히 높은 각도로 발사돼 고도는 1000㎞에 도달했지만, 지상 위 직선 이동거리(사거리)는 400㎞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이날 8시5분께 2번째로 발사된 무수단 추정 미사일은 상당히 높은 각도로 발사돼 지상에서 수직거리 1000㎞에 달하는 고도까지 올라간 뒤 다시 땅으로 내려와 결국 약 2000㎞ 가량을 비행한 셈이 됐다. 즉, 비행거리는 약 2000㎞이다.

군 관계자도 미사일이 고도 약 1000㎞까지 도달했다면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등을 합한 미사일 비행거리는 약 2000㎞ 가량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높은 각도로 발사된 탓에 지상 수평 이동거리(사거리)는 400㎞에 불과하다.

혼선이 없으려면 미사일 발사 관련 사거리, 비행거리, 고도 등의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일단, 미사일이 가장 높이 올라간 곳과 지상과의 수직 거리를 고도라고 한다. 또 발사 뒤 지상까지 다시 도달할 때까지 미사일이 비행한 거리가 비행거리다. 그 결과 미사일이 발사된 지점에서 직선상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가 사거리다.

미사일 비행거리가 2000㎞라면 이 미사일 발사는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 사거리는 약 3000~4000㎞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공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북한 미사일 기술이 확연한 진전을 이뤄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월15일 1발, 4월28일 2발, 5월31일 1발 등 무수단 추정 미사일 총 4발을 쏴 모두 실패했다. 이어 약 3주 만인 22일 다시 2발을 발사해 첫 발은 약 150㎞를 날아가다 탄도미사일에 맞는 궤적을 그리지 못한 채 사라져 실패로 판명됐고, 2번째 발은 높은 각도로 올라가 고도 1000㎞를 찍고 다시 내려와 직선거리상 약 400㎞를 이동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미사일 고도는 통상 최대 사거리의 약 4분의 1로 알려져 있다.

22일 2번째로 발사된 미사일은 사거리 약 3000~4000㎞인 무수단으로 추정되며 약 1000㎞ 고도까지 올라가 무수단 미사일에 기대되는 고도(1000㎞)를 찍고 내려왔다. 이런 면에서 전보다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000~4000㎞에 달해야 할 사거리가 400㎞에 그쳤다는 점에서 좀 더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앞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며 역시 이번처럼 높은 각도로 쏘아올려 비행거리는 늘리되 사거리는 줄인 전례가 있어 북한이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높은 각도로 쏘아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높은 각도로 쏘아올린 것이라면 북한의 무수단 개발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북한은 지난 2014년 3월 사거리 약 1300㎞의 노동미사일을 높은 각도로 쏘아올려 해상 650㎞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가게 한 적이 있다. 주한미군이 당시 북한군의 시험 발사를 보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방식으로 북한이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쏘아올려 주한 미군기지 등 주요시설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무수단을 실전 배치한 건 지난 2007년께지만, 실제 발사에 나선 건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발사한 것이 처음이다. 무수단은 러시아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SS-N-6)을 바탕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북한군이 R-27의 성능이 입증된 것으로 보고 별도의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북한은 무수단 발사에 나선 지 6번째만에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