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서 받은 마리안느·마가렛 수녀 꽃다운 20대때 와 40여년 봉사 고국에 돌아가선 기초수급생활 교구 측 노후보장 제안도 사양 “그 시절 하늘만큼 행복했어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떠납니다.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말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스퇴거 마리안느(82), 피사렛 마가렛(81) 수녀는 40여년간 머물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떠나며 이런 내용의 편지 한 장을 남겼다. 20대 때 5년을 계획하고 소록도에 왔던 두 수녀는 70세를 넘어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평생을 한국에서 생활했기에 고국엔 삶의 기반이 없었다. 최저 생계비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천주교광주대교구와 소록도병원에서 노후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두 분은 극구 사양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썼던 두 수녀를 ‘할매’라 불렀던 소록도 사람들은 고집불통 할매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법무부는 8일 오스트리아 국적의 스퇴거 마리안느, 피사렛 마가렛 수녀에게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수여했다.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두 사람의 호칭은 ‘소록도 천사’였다. 주변에서 그들을 부르던 명칭 그대로다.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명예국민증 수여 행사장에는 마리안느 수녀만 참석했다. 마가렛 수녀는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소록도 성당 김연준 신부는 명예국민증을 대신 받으며, 잘 전달해주기로 약속했다.
명예국민증을 받은 외국인은 법적인 권리와 의무는 부여되지 않지만 대한민국 출입국이 쉽고, 향후 장기 체류를 희망할 경우 즉시 영주권을 받게 된다. 정부가 외국인에게 명예국민증을 준 것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 히딩크 감독에 이은 두 번째다.
정부는 두 수녀에게 명예국민증과 함께 명예국민 메달, 그리고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십장생 자개 병풍’을 전달했다.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국립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1962년 1966년 각각 입국했다. 20대 젊은 여성으로서 낯선 이국 땅에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죽음의 섬’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한센병에 무지했던 자국의 의사조차 만나길 꺼려하는 한센인을 치료하기 위해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구호단체에 의약품 지원을 요청해 받아냈고, 약을 제대로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환자들의 상처를 만지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오후엔 죽을 쑤고, 과자를 구워 바구니에 담아 마을을 돌면서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려 노력했다. 40여년 간 보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로 썼다. 마리안느 수녀는 그 시절을 “하늘만큼 행복했었다”고 회고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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