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포커 치는데 손에 든 패 다 보여주고 치면 이길 수 있겠어요?”

현대상선과 채권단, 그리고 4대 컨테이너 선주들간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 한뒤 기자와 연락한 한 관계자는 19일 이같이 말했다.

용선료 인하 목표치, 협상의 데드라인, 개별 선주와의 협상 진행 상황등 모든 협상 카드들이 공개되면서 오히려 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해 제가 배울때 교과서에선 ‘얼굴만 보여줘도 상대방이 우리 사정을 눈치채니 얼굴도 보여주지 마라’고 써 있었는데 이번엔 사실상 다 공개됐다”며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면 될 협상도 안될 판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게자 역시 “특정 선사들과의 협상 여부가 공개되면서 다른 선사들에서 ‘저쪽이 용선료 인하를 안해준다면 우리도 못 하겠다’고 나서는 등 협상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협상인데 노출을 너무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26일 ‘제3차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의 데드라인이 5월 중순까지며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로 보내겠다”고 공개했으며 지난 4일에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결코 낙관할 정도가 아니다”며 “특히 현대상선에 배를 많이 빌려준 곳의 협상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구조조정의 성공 보다는 구조조정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다 보니 정보를 너무 많이 노출시킨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처음부터 ‘우리 경제가 안 좋으니 용선료를 깍아달라’는 식의 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과정에서도 관련된 정보 중에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할 것과 기밀 유지를 위해 비공개로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처음단계에서는 너무 불투명하게 유지하고 나중에는 너무 공개하는 등 정도를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선주들 측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을 하자고 먼저 요청을 해온다면 이에 응하겠지만 이쪽에서 다시 용선료 협상을 하자고 먼저 다가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에 대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에서는 회생이나 인수합병(M&A)보다는 청산으로 처리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상선의 경우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상황이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청산될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채권자들이나 선주들 모두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