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증거없거나, 강제연행 상황에서는 거부해도 ‘합법’
-대부분 음주측정 거부는 음주운전보다 처벌 엄격해 주의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만취 상태여도 운전 증거 없으면, 음주측정 거부해도 처벌 못한다.”
최근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유되면서 관심을 끈 기사의 내용이다. 얼마 전 있었던 한 지방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운전자가 술 취한 채로 운전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강제로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없고,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이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대응 요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음주측정을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 기준을 서로 공유하고, 합법적으로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요령에 대해 토론한다.
올 들어 대법원에서 심판받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사건 중에서 결론이 다른 두 사례가 있어 시사점을 준다.
먼저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는 최근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A(40)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얼마 전 새벽 1시20분 경기 의정부시 한 교차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A씨에게 술 냄새가 나고 얼굴에 홍조를 띠며 비틀거리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판단하고 약 30분간에 걸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으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 결국 유죄가 확정됐다.
반면 같은 달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에서 역시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B(55)씨에겐 무죄가 확정됐다. B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음주를 의심한 경찰로부터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B씨는 지속적으로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아 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됐다.
똑같이 음주측정을 거부했는데 왜 한쪽은 유죄고 다른 쪽은 무죄가 됐을까. 위법한 임의동행(체포)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인지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판결은 갈렸다.
재판부는 B씨의 경우 경찰관들이 동행하기를 거절하는 B씨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강제연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B씨의 행동을 ‘음주측정거부’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하지만 A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적법한 방식으로 음주측정 요구를 했다고 할 수 없고, 임의동행 요건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적발했을 때 A씨는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고 술냄새가 심하게 나는 상황이었는데, 차를 세워둔 곳이 교차로여서 안전한 치안센터로 데려가 음주측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조치였으며, 피고인을 설득해 치안센터로 데려간 것일 뿐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적법한 상황에서 있었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A씨의 행위는 음주측정 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또는 음주운전을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주측정 거부에 대한 판결이 엇갈릴 수 있지만 법조계에선 음주측정을 요구받을 경우 가급적 응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음주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 적용한다. 0.05% 이상~0.1% 미만이면 ‘징역 1개월~6개월 또는 벌금 5만~3000만원’이다. 0.1% 이상~0.2% 미만이면 징역 6개월~1년 또는 벌금형 300만~500만원이다. 0.2% 이상이거나 2회 이상 음주운전한 사람이 또다시 적발되면 징역 1~3년, 벌금 500만~1000만 원으로 올라간다.
음주측정거부는 법정형과 행정처분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불리하다. 법정형이 혈중알코올 농도와 무관하게 징역 1~3년, 벌금 500만~1000만원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 수준으로 취급된다는 의미다. 오히려 실제로 마신 술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음주측정거부는 특히 무조건 ‘면허취소’를 당한다. 혈중 알코올농도에 따라 면허취소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가 되는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냈거나, 0.1% 이상 음주운전, 3회 이상 음주운전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