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미국이 오는 6월 이후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동차와 자동차용 엔진·부품의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반도체와 전자표시장치,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3일 ‘미국 기준금리인상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수출영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7개 산업의 총 수출량 분석을 토대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주요 제조업의 수출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산업별 수출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득효과로 총 수출량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3대 산업은 통신·방송장비(-1.11%), 자동차용 엔진·부분품(-1.06%), 영상·음향기기(-0.71%)로 나타났다. 소득효과란 미국 통화정책의 충격이 미국 및 전세계 산출량을 변화시켜 국내 산업별 수출량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의미한다.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기준금리가 1% 포인트 인상될 경우 1차 년도에 자동차용 엔진·부품 수출액은 2억 4500 만 달러 감소해 가장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자동차가 2억800만 달러 수출이 줄고, 기타 제조업 제품 4300만 달러, 섬유사·직물 2100만 달러, 특수목적용 기계·장비 900만 달러, 가죽제품 900만 달러, 영상·음향기기 400만 달러 순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금리 1% 포인트 올릴 때 자동차산업 수출타격 크고 반도체 수출은 증가”

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격효과로 총 수출량이 가장 크게 증가하는 3대 산업은 기초 화학제품(0.41%), 제1차 금속제품(0.39%), 석유제품(0.36%)이었다. 가격효과란 미국 통화정책 충격이 산업별 수출가격을 변화시켜 수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의미한다.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미 기준금리가 1% 포인트 인상될 경우 1차 년도에 반도체·전자표시장치 수출이 1억2700만 달러 늘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석유제품 1억1900만 달러, 기초 화학제품 8700만 달러, 합성수지·합성고무 6000만 달러, 펄프·종이제품 1700만 달러 순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차경수 부산대 교수는 “금리인상에 따른 소득효과는 충격 발생 직후 1년 차에 주로 나타나는 반면 가격효과는 시차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나타나 소득효과를 압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가 산업별로 달라 국내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자동차와 자동차용 엔진 ·부품 수출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산업들이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산업의 수출 감소는 국내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을 통해 해외시장을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경연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이 산업별 대미 수출에 미치는 효과는 총수출에 미치는 효과에 비해 크지 않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받는 산업의 숫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 수출량의 경우 주로 조립가공산업이 소득효과에 영향을 받았지만, 대미수출의 경우 대부분 기초소재산업이 소득효과에 영향을 받아 수출량이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초소재산업은 기초화학 제품, 플라스틱 제품, 비금속광물제품· 제1차 금속제품으로, 그 중에서도 비금속광물제품은 1~5차 연도까지 통계적으로 유의적인 수출량 감소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