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예상된 일이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이 집권한 이후 문부과학성은 내각에서 밝힌 역사인식과 대치하는 내용의 교과서에 ‘불통’을 던졌다. ‘가해’의 역사보단 ‘성취’의 역사를 강조한 교과서의 출현은 당연한 일이었다.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 6종을 공개했다. 6종 아베 내각과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역사수정주의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교과서 모두 위안부 문제를 다뤘지만, 강제성이나 잔혹성과 피해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역사교과서를 포함한 지리, 현대사회, 정치, 경제 모든 교과서 38종 중 27종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기술했다. 현행 교과서에 비해 일본 영토와 관련된 기술은 전체적으로 1.6배 증가했다. 27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해 12월 28일 직접 거론되지 않았던 ‘강제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일본사A와 일본사B 교재는 “전쟁터 설치된 ‘위안시설’에 조선ㆍ중국ㆍ필리핀 등에서 여성이 모집됐다(이른바 종군위안부”고 적었다. 시미즈(淸水) 서원의 일본사A는 “식민지나 점령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 위안소에 보내지는 일도 있었다”고 간략하게 기술했다.

도쿄(東京)서적의 일본사A는 “일본의 식민지나 점령지에서는 조선인이나 중국인ㆍ필리핀ㆍ베트남인ㆍ일본인ㆍ네덜란드인 등 다수의 여성이 전지에 위안부로 보내졌다”며 위안소가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일본 홋카이도, 사할린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도 다른 교과서들이 태평양 전쟁 당시 위안부가 존재했지만 강제적으로 동원된 사실은 수정된지 오래다. 서미즈 서원은 위안부가 “일본군에 연행됐다”는 표현을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고 바꾸었다. 다이이치가쿠슈샤(第一學習社)는 일본사A에서 “조선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지에 보내졌다”며 일본이 가해국가가 아닌 제 삼자 국가인 것처럼 묘사했다. 위안부 문제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짓쿄(實敎)출판은 초기 위안부를 “일본군의 성상대를 강요받은 여성”이라고 묘사했으나 검정과정에서 대폭 수정을 거쳐 “국가로서의 전후 보상문제는 각국과의 조약으로 해결이 끝났으며 개인에 대한 보상에 응할 수 없다”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뒷바침했다. 위안부 문제는 세계사 교과서 11종 가운데 5종과 공민(사회) 교과서에도 실렸다.

역사뿐만이 아니라 사회교과서에도 아베 내각의 시각이 깊숙히침투했다. 일본 새로운 고교 사회 및 정치, 경제 교과서 12종 모두 지난해 아베 내각이 강행처리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과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행사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해석 개헌’과 ‘적극적 평화주의에 따라 마련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교과서는 헌법 개정과 관한 국민 투표연령과 선거연령 완화를 언급하며 “그때를 대비해 생각을 정리하자”는 권고까지 담았다. 오는 여름 일본 총선을 앞두고 개헌을 이슈화하려는 아베의 의도까지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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