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리나라 어디인가에서는 38분마다 한명씩 자살을 한다. 하루 38명, 한 달 1153명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3836명이다.
정부가 최근 이런 자살 사망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심리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주변 가족 및 친지 등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 상태를 세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2012~2015년 20세 이상 자살자 121명의 가족·친지 151명을 면담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3%는 징후를 보였다. 자살자의 88.4%는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39.7%는 사망 당시 음주상태였다.
정부의 발표 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놀랍다. 자살자 10명 중 9명이 징후를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잘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주변에 무감했던가 씁쓸하다. 조사에 따르면 유가족의 81%가 자살자의 징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제야 첫 자살자 심리부검을 하게 된 것도 이해못할 부분이다. 최근 10여년 자살자가 급증하는 동안 보건 당국은 무엇을 했을까. 우리나라는 11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OECD평균보다 세배 가까이 높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좀 허탈하다. ‘자살 전 경고신호를 알아차리기’, ‘우울증과 음주 등 자살자의 정신건강 문제 조기 발견’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자살을 우울증, 음주 등과 연관시키며 주로 개인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만큼 경제적 사회적 여건과 밀접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률이 급증한 때는 모두 경제적 격변기였다. 1998년 IMF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변화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던 때다. 이런 때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를 다시 뽑으면 OECD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작년 말 통계청에서 나온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인구 중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들의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7.4%), 가정 불화(14.0%) 등이었다.
올해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듯하다. 당분간 경제적 환경이 또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서다.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고용유연화 정책이 실시되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 상태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살 충동이 커질 확률이 높아지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무한경쟁 시대 각개전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제임스 길리건 뉴욕대 정신과 교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는 환경, 열패감과 열등감이 조장되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가 자살률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끊임없는 경쟁은 열패감과 열등감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시민사회 차원이나 이런 조건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