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ㆍ강승연 기자]한국은행이 16일 이달 기준금리를 8개월째 연 1.50%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통화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 한은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당장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견에서부터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갖가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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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전쟁 속 고독한 韓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9년여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전 세계는 통화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편, 유럽과 일본, 중국은 저성장 타개를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동원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경기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국면으로 흘러가자 한은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시장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이 통화 절하를 통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새누리당 경제상황정검 태스크포스(TF)가 15일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은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주문하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장안정을 위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같은 돌발 변수를 만나면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빚도 걸림돌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 언제?=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채권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은이 3∼4월께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환율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은 아직 금리인하 카드를 아낄 필요가 있다”며 “인하 시기를 3∼4월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3∼4월을 지목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통화가 약세인 만큼 환율 유지를 위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을 볼 때 상반기에는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은이 하반기 이후에나 금리인하를 고려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은 “수출 지표가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거나 저유가가 지속되면 한은이 6월 말께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 한 차례만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정책 무용론 확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ㆍ저물가 장기화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4년 8월과 10월, 작년 3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총 1%포인트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수출액은 지난 1월 전년동기 대비 18.5% 줄어든 데 이어 2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27.1% 급감하며 우려를 낳았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동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면서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0%대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관측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금리를 내려도 소비ㆍ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실물경제 부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 무용론은 국내에 국한된 주장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지속된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기조로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됨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엔고와 증시 폭락이라는 역풍에 직면했고, 유럽에선 은행권 부실이 심화되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16일 한국경제연구원 긴급좌담회에서 “세계 각국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활용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동안 풀렸던 통화들에 의한 세계경제 거품을 걷어내야만 국제 금융시장은 근본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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